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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부총리 공개 경고…13년 만에 가격 내린 신라면·새우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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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잇따른 압박에 식품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다.

27일 농심은 다음 달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린다고 밝혔다. 이 경우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진다.

삼양식품도 순차적으로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양라면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3840(5개 포장)→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3600(4개)→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3400(4개)→2880원으로 15% 인하된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가격 인하는 13년 만이다. 이들 회사는 2010년 밀가루 등 여러 원룟값이 하락하자 제품 가격을 내린 바 있다.

농심의 가격 인하는 전날 CJ제일제당이 농심에 대해 판매 장려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밀가루 공급 가격을 기존보다 실질적으로 5% 안팎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한 직후에 나왔다. 판매 장려금은 밀가루 물량을 많이 사는 업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인센티브다.

농심 측은 “국내 제분 회사로부터 공급 받는 소맥분 가격이 7월부터 5%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라며 “이보다 많은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봉지면)과 새우깡의 국내 연간 매출은 3600억원에 이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리는 (CJ제일제당 등으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받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10여 종 다양한 품목을 (가격 인하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뚜기 “가격 인하율 결정 못 해”

다른 라면 업체들도 가격 인하율 등을 고민 중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다음 달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인하율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팔도 관계자도 “가격 인하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정부가 공개적으로 식품 기업을 압박한 이후 9일 만에 나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지난해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밀 가격이 그때에 비해 50% 정도 내렸다”며 “기업들이 적정하게 내리든지 대응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한덕수 국무총리도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동향과 관련해 “원료(가격)는 많이 내렸는데 객관적으로 제품값이 높은 것에 대해선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펴서 구조적 안정을 취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6일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 업계와도 만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 등 주요 제분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하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맥(SRW·연질밀) 기준 이달 국제 평균 가격은 t당 267달러다. 지난해 5월(419달러) 대비 36%가량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제분업계가 7월에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농식품부는 제분업계 7개사 등과 간담회를 열고, 밀 수입 가격 하락을 밀가루 가격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제분업계가 7월에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농식품부는 제분업계 7개사 등과 간담회를 열고, 밀 수입 가격 하락을 밀가루 가격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이후 가격 인하 추세가 과자·빵·아이스크림 등 다른 가공식품으로 확산할지도 관심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밀가루 가격이 하락했으니 SPC삼립 빵 가격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원료는 여전히 비싸고 인건비·전기요금 등도 올라 원가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올 하반기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는 것도 변수다. 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우유 제품과 아이스크림 가격은 물론 우유가 들어가는 빵·과자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앞서 일부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인상 계획을 보류해왔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일부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은 소주·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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