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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먹으며 반란 시청"…사기 오른 우크라, 러 점령지 탈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를 이용해 자국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남·동부 대반격에서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 군 부대를 방문하러 가던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 우크라이나 군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 군 부대를 방문하러 가던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 우크라이나 군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해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州) 헤르손시(市)의 드니프로강 건너 마을인 다치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친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건너인 올레슈키 인근의 별장 여러 곳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곳은 지도상 드니프로강 남쪽에 있는 마을로, 우크라이나군이 강 이남으로 진출하면서 크림반도 진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동안 헤르손주는 드니프로강 기준으로 북쪽은 우크라이나군, 남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도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지난 25일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제31독립기계화여단은 26일 우크라이나군이 리우노필의 파괴된 건물 앞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꽂은 영상을 공개했다. 

리우노필은 지난해 5월 치열한 교전 끝에 러시아군에 빼앗겼던 흑해 연안 주요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약 70㎞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3월 점령당한 리노우필을 탈환해 반격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더해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해 온 지역을 처음으로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D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수부대는 도네츠크시에서 30㎞ 떨어진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의 동쪽으로 전진했다.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부터 장악해온 곳이다. 리노우필에서는 북동부로 약 70㎞ 거리다.

우크라이나군 제31독립기계화여단이 26일 동부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의 파괴된 건물 앞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꽂은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군 제31독립기계화여단이 26일 동부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의 파괴된 건물 앞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꽂은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앞서 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은 대반격을 개시했지만, 러시아의 방어에 막혀 진격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 23~24일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무장 반란 사태로 우크라이나군 사기가 높아지면서 전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한껏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 초기 공세 속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건 사기였는데, 이번 논란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세르히 체레바티는 "적의 혼란과 무질서는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최전선에 있는 우리 군에게는 이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 러시아 및 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러시아 전투병력의 단결 부족을 보여줘 러시아군 사기에는 끔찍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군 사기 진작에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사령관이 지난 24일 팝콘을 먹으며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를 태블릿PC로 보고 있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사령관이 지난 24일 팝콘을 먹으며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를 태블릿PC로 보고 있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군 당국도 이 사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 부대를 이끄는 사령관은 지난 24일 팝콘을 한가득 쌓아놓고 태블릿PC로 프리고진이 이끌었던 반란 사태 관련 보도를 시청하는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이 영상은 널리 공유됐고, 합산 조회수는 최소 1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동부 도네츠크 전선 지역을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했다. 이는 지난 24일 러시아에서 반란 시도가 중단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외부 일정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 전선을 가는 도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웃으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내부 분란 소식을 듣고 흥분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바흐무트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키이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 안드리 크바스니차는 "우리 모두 흥분했다"면서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은 술을 마실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면서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확실히 이길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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