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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평균 학원비 43만원? 학부모들 의아한 정부통계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세 아들을 둔 워킹맘 신모(42·서울 양천구)씨는 매달 학원비로 130만원을 쓴다. 국·영·수 학원에 100만원, 수영·태권도 학원에 30만원이 들어간다.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 참여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43만7000원)의 세 배 수준이다. 신씨는 “주변에서 학원비로 한 달에 40만~50만원만 쓴다고 하면 ‘자녀를 방치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국·영·수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씩 들어가는데 통계는 어떻게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기초 자료인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비를 대느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에듀 푸어’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통계부터 만들어야 제대로 된 사교육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학원 간판으로 가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학원 간판으로 가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교육부·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다. 초등학생 37만2000원, 중학생 43만8000원, 고등학생 46만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을 기준으로 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 43만7000원, 중학생 57만5000원, 고등학생 69만7000원이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당 조사는 의식비·주거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큰 현실과 거리가 있다. 2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고생 자녀가 있는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114만3000원이다. 식료품·음료(비주류) 소비 지출(63만6000원)에 주거·수도·광열비 지출(53만9000원)을 더한 값과 비슷하다. 중고생 자녀가 있는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도 사교육비 지출(48만2000원)이 식료품·음료(비주류) 지출(48만1000원)이나 주거비 지출(35만6000원)보다 많았다.

사교육비 조사의 수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원인은 우선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사교육비 조사는 전국 초·중·고 3000여곳의 학부모 7만4000명을 설문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매년 5월과 9월, 2차에 걸쳐 각각 봄·여름철 사교육비를 과목별, 사교육 방식별, 월별 얼마나 지출했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식이다. 서울 학군지에 사는 고소득층부터 학원 인프라가 없는 읍·면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까지 모두 포함해 통계를 내기 때문에 평균 수치는 낮게 나온다. 교육부가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별, 지역별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 이유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해석상 ‘평균의 오류’를 차치하더라도 조사 곳곳에 한계가 있다. 먼저 봄·여름철 사교육비만 따지기 때문에 학년이 바뀌는 겨울 방학 기간의 사교육비를 집계하지 않는다. 겨울 방학에는 다음 학년을 선행 학습하는 데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도 선행 학습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최신 경향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6월 모의평가에서 재수생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N수생’ 트렌드가 확산했는데 재수학원 수강료 등을 조사하지 않는다. 사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영유아 단계 사교육비도 통계에서 제외했다. 무엇보다 교육부 조사는 ‘학원비’란 특정 항목을 정해놓고 사교육비를 적어 내도록 하기 때문에 그물망에서 빠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지출한 모든 사교육비를 담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각종 방학 특강비나 셔틀버스비, 어학 캠프 등 비용도 통계에서 제외된다.

실태 조사부터 정확해야 제대로 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사교육비 통계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려면 ‘학생 1인당 사교육 개수’나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율’도 해당 조사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며 “사교육 상품이 세분화하는 추세에 따라 조사의 그물망도 촘촘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평균을 내다보니 현실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는 입장에선 차이가 크다고 느낄 수 있다”며 “조사 대상 학교 범위를 넓히고, 조사 개월 수(6개월)를 더 늘리는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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