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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잠수정 탑승 5명 전원 사망..."재앙적인 내부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대서양 수심 4000m 아래로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보러 갔던 잠수정 ‘타이탄’의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미국 해안경비대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도 성명을 통해 탑승객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8일 오전 잠수 시작 1시간 45분 후 연락이 두절된 지 나흘 만이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타이타닉호 침몰 지점 인근인 해저 1600피트(약 488m)에서 잠수정 선미 덮개 등 잔해를 발견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잠수정 수색과 탑승자 구조를 주도해왔던 미 해안경비대의 존 모거 해군 소장은 "잔해물은 이 잠수정에서 비극적인 폭발이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또 수색을 시작한 72시간 동안 음파탐지기에 잡히는 것이 없었던 것도 사망 추정의 근거로 들었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제공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타이타닉호 잔해 현장 탐사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의 모습. AP=연합뉴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제공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타이타닉호 잔해 현장 탐사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이곳 해저 아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라며 “잔해는 선박의 비극적인 내파(수중 폭발)와 일치한다. 타이타닉호 침몰 지점에서 1600피트(약 490m) 떨어진 곳에서 타이탄 잠수정의 원뿔형 꼬리 덮개 부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모거 소장은 ”우리는 그 정보를 계속 문서화하고 있다”며 “미국 해안경비대와 합동 수색팀을 대표해 탑승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22일(현지시간) 보스턴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미 해안경비대 제1 해안경비대 사령관 존 마우거 소장이 실종 잠수정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보스턴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미 해안경비대 제1 해안경비대 사령관 존 마우거 소장이 실종 잠수정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발견된 잔해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잠수정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부 폭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타이탄이 실종 당일 바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후 폭발한 것인지 구체적인 시점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잠수함이 출항한 지 몇 시간 만에 폭발음을 감지했다고 밝히면서 실종 당일 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타이탄 실종 직후 미 해군의 탐지 시스템은 해저에서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으며, 관계자들은 이를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폭발음이 들려온 곳은 이날 타이탄의 잔해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곳이었다고 한다.

미 해군의 한 고위 관리는 “해군은 즉시 음향 데이터를 분석, 통신 두절 시점에 타이탄 잠수정이 운행하던 부근에서 내폭 혹는 폭발로 보이는 비정상적 현상을 감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시 진행 중이던 수색·구조 임무 지원을 위해 해당 정보가 지휘관과 즉시 공유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해군은 국가안보 문제가 있는 만큼 폭발음을 감지한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WSJ는 덧붙였다.

해안경비대는 이번 주 초 음파 탐지기가 포착한 쾅쾅거리는 소음과 침몰한 타이타닉 선박 인근에서 발견된 잔해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원격으로 작동하는 수중 로봇 ‘빅토르’가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흔적을 수색하던 중에 타이태닉호 근처에서 잔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안 경비대는 잔해들이 “타이타닉 근처 원격 조작 차량(ROV) 수색 구역 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타이탄호의 운영회사인 오션게이트는 타이탄 탑승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 사람들은 세계의 바다를 탐험하고 보호하는 데 깊은 열정을 가진 진정한 탐험가들이었다”며 “우리는 이 비극적인 순간 이 다섯 명의 영혼 및 그들의 유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애도했다.

잠수정에는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CEO) 스톡턴 러시와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하딩, 프랑스 국적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다우드와 그 아들 술레만이 타고 있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항 에버렛 단지 내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 본사에 회사로고가 제거된 문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항 에버렛 단지 내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 본사에 회사로고가 제거된 문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종된 타이탄은 6.7m 길이에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잠수정으로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해저 4000m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대 나흘치 산소를 채울 수 있어 이날 오전 중 ‘골든타임’이 끝난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션게이트가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이 잠수정을 개발해 운용했다는 지난 2018년부터 회사 안팎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 잠수정 투어는 1인당 비용이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관광 상품이다.

타이탄은 지난 16일 캐나다 최동단 뉴펀들랜드 래보라도주 세인트존스에서 출항해, 18일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해안에서 약 900마일(1450㎞) 떨어진 지점에 도착한 뒤 잠수를 시작했다. 이후 1시간45분 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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