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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비판 기사 검색해도 처벌? 중국 반간첩법, 내달 시행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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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4월 반간첩법 수정안을 심의한 중국 제14기 전인대 상무위 2차 회의 모습. [사진 신화망]

지난 4월 반간첩법 수정안을 심의한 중국 제14기 전인대 상무위 2차 회의 모습. [사진 신화망]

중국이 다음 달 1일부터 대폭 강화된 ‘반(反)간첩법’을 시행하면서 재중 교민과 기업인·관광객·유학생·언론 활동이 크게 제약받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중국에서 여행하거나 체류할 때 상당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개정된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법 규정 자체가 모호해 중국 당국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판단할 경우 무분별한 처벌 가능성이 생길 거란 우려가 나온다.

개정 전에는 간첩 행위의 적용 대상을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린 행위로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르면 국가 기밀에 분류되지 않는 정보라도 ‘국가 안보 및 이익에 관한 경우’로만 간주한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더구나 ‘국가 안보와 이익’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규정조차 없다.

또 개정된 반간첩법은 ‘간첩 조직이나 대리인에게 위탁하는 경우’까지 간첩 행위에 포함시켰다. 중국 당국이 간첩으로 간주하는 세력과 접촉하기만 하더라도 이를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행정 당국이 간첩 행위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데이터 열람, 재산 정보 조회, 출입국 금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당국이 간첩 행위 조사에 나설 경우 “반드시 협조한다”는 의무 조항도 신설됐다. 간첩 수사 목적으로 당국이 증거를 수집할 때 거부할 수 없고,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공개 자료도 중국 당국이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련됐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저장하는 행위만으로도 중국 당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중국 비판 기사를 검색하거나 저장·가공하기만 해도 반간첩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관광객도 예외가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내 관광객의 경우 여행지에서 군사 시설, 방산업체 등 사진 촬영을 자제해야 하며 시위 현장 주변을 방문할 경우 시위대를 촬영하는 것도 반간첩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 활동도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기준으로 대부분의 한인 교회가 ‘무허가 종교 시설’이어서, 여기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중국 안보와 이익을 저해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중국 내 언론 활동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 중국의 접경 지역을 촬영·취재하거나 북한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학계 인사를 면담하는 것도 반간첩법 적용의 우려가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개정된 반간첩법은 국가 안보, 이익에 위배되는 활동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적용 범위도 구체성이 떨어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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