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야권의 ‘레이더 전자파 피해’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자 여권이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터무니없는 악랄한 괴담으로 국민을 거짓 선동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라도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전자파로 참외가 말라죽고, 전자파 밑에서 몸이 찢어지고 전자파에 튀겨진다던 민주당에 대해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국방부는 전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종합평가 결과 대기질·수질·토양·생태·소음·진동·전파·경관 등 모든 항목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특히 전자파는 측정 최댓값이 인체 보호 기준인 1㎡당 10W(와트)의 530분의 1 수준(0.189%)인 0.018870W/㎡에 그쳤다”고 밝혔다.
2017년 사드를 들여온 지 6년 만의 결론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휴대전화 기지국이 내는 전자파보다 적은 양”이라며 “인체와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고 해온 민주당 주장은 모두 틀렸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고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고, 아름다운 고장 성주의 이름에 먹칠을 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선동을 일삼는 건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대대적인 반격은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독극물”, “핵 폐수” 등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부정 여론을 키우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국민의힘은 ‘사드 괴담’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 역시 거짓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드와 관련한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조만간 김기현 대표가 직접 성주산 참외를 먹으면서 ‘인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민주당의 그간 주장은 허구’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이를 보는 국민도 ‘사드 괴담처럼 후쿠시마 오염수에 민주당 주장도 거짓일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16년 7월 성남시장을 지낼 당시 페이스북에 “사드 배치는 주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며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적었다. 그는 2017년 4월에 열린 사드 반대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 시절이던 2015년 6월 당 회의에서 “미국 방문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반경 3.5㎞ 내에 사람이 지나다니면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하는 사드를 미국에서 받아오면 안 된다. 그런 방미라면 방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8월에는 손혜원·표창원·김한정·소병철 민주당 의원 등이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나가 무대에서 ‘사드 괴담’을 담은 노래까지 불렀다. 가수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로 개사했다. 또 가수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사드는 아무나 쏘나, 한 번쯤을 물어봐야지”로 바꿔 불렀다.
또 같은 시기 김병욱·김영호·박정·소병훈·손혜원·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대 외교”라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야당 의원을 비난부터 하니 참 한심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은 21일 사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난 22일까지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강원 강릉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해야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었고 안전하다고 나왔으니까 다행”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선동했다가, 팩트가 알려지자 모른 척하는 전형적인 선동식 정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