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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파출소 백경사 살인'…진범은 '권총 은행강도' 이정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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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에서 공개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2인조 중 이정학 몽타주와 사진. 전북경찰청은 22일 "2002년 전북 전주 한 파출소에서 백선기(사망 당시 54세)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대전경찰청에서 공개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2인조 중 이정학 몽타주와 사진. 전북경찰청은 22일 "2002년 전북 전주 한 파출소에서 백선기(사망 당시 54세)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대전 사건' 공범 이승만 제보가 결정적"   

21년 전 전북 전주시 한 파출소에서 50대 경찰관이 살해된 일명 '백 경사 피살 사건'은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이하 대전 사건)' 2인조 이승만(53)과 이정학(52) 중 이정학 단독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학은 끝까지 "백 경사를 죽인 건 이승만"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 사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백 경사 권총 위치를 알려준 이승만 진술 등을 토대로 이정학을 진범으로 결론지었다.

전북경찰청은 22일 "백선기(사망 당시 54세)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경사는 2002년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0일 0시50분쯤 전주시 금암2파출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정학은 백 경사를 흉기로 모두 6차례 찌른 뒤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파출소 폐쇄회로TV(CCTV)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치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사건 발생 넉 달 만인 2003년 1월 14일 20대 초반 남성 3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들은 전주 한 음식점에서 음식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이들이 "강압 수사에 못 이겨 허위 자백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전북경찰청이 22일 '백 경사 피살 사건' 관련 증거로 공개한 이승만 편지. 이승만은 지난 2월 13일 전북경찰청 미제팀장 앞으로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김준희 기자

전북경찰청이 22일 '백 경사 피살 사건' 관련 증거로 공개한 이승만 편지. 이승만은 지난 2월 13일 전북경찰청 미제팀장 앞으로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김준희 기자

백 경사 사건은 2015년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살인죄 공소 시효(25년)가 폐지되면서 전북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이 수사해 왔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월 13일이다. 이승만이 이날 전북경찰청에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했다"는 편지를 보내면서다.

이후 전북경찰청은 수사 전담 TF팀을 꾸렸다. 경찰은 지난 3월 3일 이승만이 지목한 울산 모 여관 천장에서 38구경 권총 한 자루를 발견했다. 백 경사 허리춤에서 사라진 총기 번호와 일치했다.

이승만은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한 뒤 총기를 가져왔다"며 "이정학 부탁을 받고 권총은 숨기고 실탄은 분리해 모처에 버렸다"고 했다. 이정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당시 범죄 현장 동선과 피해 상황, 과거 다른 범행 과정 등이 제보자(이승만) 진술과 일치했다"고 했다.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할 때 사용한 흉기와 비슷한 도구를 과거 다른 범행에서 다룬 정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이 22일 전북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백선기(사망 당시 54세)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준희 기자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이 22일 전북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백선기(사망 당시 54세)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갈매기 발자국 주인은 이정학" 

경찰은 2004년 7월 대전 유성 톨게이트에서 이정학이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사건을 주목했다. 이때 이정학 차 트렁크 안에서 회칼과 노끈이 발견됐다. 이정학은 대전 한 유흥업소 사장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백 경사 상처 부위를 볼 때 식칼이나 과도가 아닌 회칼 종류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정학을 진범으로 지목했다. 사건 당시 파출소에 남아 있던 갈매기 모양 족흔적(발자국) 2개도 이정학 것이었다.

이정학은 "2017년 전주 한옥마을에 놀러 간 게 전부"라고 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고교 동창인 이정학과 이승만은 백 경사 사건 당시 충남 논산에서 불법 음반·테이프 유통업 사무실을 차리고 전북 전주·익산 등을 오가며 영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학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거짓' 반응이 나왔다.

21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공범 중 1명인 이승만이 지난해 9월 2일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이승만이 대전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이정학도 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흉악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21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공범 중 1명인 이승만이 지난해 9월 2일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이승만이 대전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이정학도 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흉악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1심 이승만 무기징역, 이정학 징역 20년 선고  

두 사람은 2001년 12월 21일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을 수송하던 직원(당시 45세)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 2월 17일 이승만이 총을 쏜 것으로 보고 그에게 무기징역, 이정학에겐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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