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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조 공구왕’,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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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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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 갇힌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에선 온라인 구매는 물론 커뮤니티 공동 구매*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이에 디디(滴滴), 핀둬둬(拼多多), 메이퇀(美團), 징둥, 알리바바 등 거물 기업들이 업계에 잇달아 진출했다. 자본이 풍부한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무리한 가격 경쟁을 펼친다. 소비자들은 ‘0.1위안 채소’, ‘0.99위안 사과’ 등의 프로모션을 매일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커뮤니티 공동구매: 앱으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면 이튿날 동네 공동 하역장(주로 '‘단장**’의 가게)에 상품이 도착한다. 단장이 다시 상품을 주문자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모델을 중국에서는 셔취퇀거우(社區團購, 커뮤니티 공동구매)라고 부른다.

**단장: 공급자(플랫폼)에게 소비자를 모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사람. 커뮤니티 공동구매 과정에서 단장은 소비자와 플랫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커뮤니티 공동구매가 성황리 전개되던 2020년 말,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칼을 빼 들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커뮤니티 공동구매의 새로운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고, 가격 보조금·시장 독점·경쟁 등에 대한 엄격한 요구를 제시했다. 이 영향으로 커뮤니티 공동구매 플랫폼의 급진적인 성장은 일시 정지됐다.

2021년 3월, 시장감독총국은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호객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렸다. 6월에는 커뮤니티 공동구매 보조금을 축소해 ‘깜짝 세일’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초저가’라는 강력한 장점이 사라지자 커뮤니티 공동구매 업계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2021년 7월부터 중국의 ‘원조’ 커뮤니티 공동구매 기업으로 불렸던 퉁청셩훠(同程生活)와 스후이탄(十荟團)은 파산 및 폐업을 선언했다. 또 다른 원조 거물인 스상후이(食享会)는 직원 임금 체불 이슈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디디추싱 산하의 청신유쉬안(橙心优選)은 커뮤니티 공동 구매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중국의 각종 커뮤니티 구매 어플. IC photo

중국의 각종 커뮤니티 구매 어플. IC photo

이후 커뮤니티 공동구매 트래픽은 메이퇀 산하의 메이퇀유쉬안(美團优選)과 핀둬둬의 둬둬마이차이(多多買菜),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차이차이(淘菜菜)로 집중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 원조 기업 한곳이 살아있다. 바로 ‘싱성유쉬안(兴盛优選)’이다. 빅테크 거물 기업의 산하도 아닌 작은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 2023년 후룬 유니콘 1천여 개 기업 중 무려 105위에 올랐다. 기업 가치는 480억 위안, 우리 돈 약 8조 6040억 원이다. 싱성유쉬안은 어떤 곳일까.

커뮤니티 공동구매의 창시자…싱성유쉬안의 살아남기

사진 바이두 백과

사진 바이두 백과

싱성유쉬안은 커뮤니티 공동구매의 창시자격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서 설립, 2016년 편의점 체인 푸룽싱성(芙蓉兴盛)및 동네 소상점을 기반으로 각종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예약 구매+ 직접 수령’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이용자들이 앱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다음 날 실체 매장에서 수령하는 시스템이 이때 처음 만들어졌다.

자체 물류 창고도 빠르게 만들어냈다. ‘중앙 창고-그리드 스테이션(网格站)-점포’의 3단계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제품 품질과 배송 적시성을 보장한다. 23시 이전 주문 시 익일 오전 11시 이전 도착하는 ‘211’ 서비스도 함께 생겨났다.

농촌 진흥 전략도 함께 펼쳤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농촌 지역에 찾아가 싱성유쉬안의 자체 물류, 플랫폼 마케팅 및 매장 네트워크의 이점을 도입해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원스톱으로 판매하게 했다. 싱성유쉬안은 지방 농업 산업 체인의 발전을 촉진하며 농산물 판매량만 누적 100억 위안 이상을 돌파했고 40만 명 이상의 농민 소득을 창출시켰다.

생방송 플랫폼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며 농촌 진흥 활동에 나선 싱성유쉬안. 싱성유쉬안

생방송 플랫폼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며 농촌 진흥 활동에 나선 싱성유쉬안. 싱성유쉬안

싱성유쉬안의 진가가 드러난 건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라인 구매력이 폭증했던 시기다. 당시 싱성유쉬안의 실적은 두 배로 증가했고 GMV(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이뤄진 총매출액)는 300억 위안을 돌파했다. 2019년 GMV가 100억 위안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다.

2020년 싱성유쉬안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0%, 제휴 매장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0%, 도시와 농촌 진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2021년 중국 전역 22개 성 중 무려 18개 성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던 싱성유쉬안. 1년간 거물 급 벤처로부터 누적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7835억 원)의 자금 조달을 받아냈다.

사진 싱성유쉬안

사진 싱성유쉬안

그러나 각종 자본이 개입되면서 운영 흐름과 계획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전국 각지로 서서히 확장할 예정이었지만, 다수의 대기업이 공동 커뮤니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초저가 경쟁’에 뛰어들었고, 무리한 확장을 했다. 확장은 했지만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았다. 이 영향으로 현재의 일부 지역 서비스 철수와 수축이 계속되고 있다. (2023년 기준 15개 성에서 서비스 운영 중)

2021년 6월부터 싱성유쉬안은 모든 신규 가입자 대상 프로모션 및 초저가 할인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9월부터는 사업 확장 및 신도시 시장 진입을 중단하고 비효율 매장을 정리했다.

사실 대부분의 커뮤니티 공동 구매 플랫폼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엄격한 정책 규제가 아니다. 복병은 ‘수익’이다. 징둥(京東) 계열의 커뮤니티 공동구매 플랫폼 징시핀핀(京熹拼拼)도 이런 케이스다. 징시핀핀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업계는 경쟁이 과열된 상태였다. 당시 빅테크 기업 산하의 업체가 업계를 점령하고 있었고, 징시핀핀은 그 사이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결국, 올해 3월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규모 감원을 시작했다.

싱성유쉬안은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에 처음 뛰어든 기업 중 하나로,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싱성유쉬안은 차별화를 위해 공동구매를 넘어서 ‘온라인 슈퍼마켓’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판매 목록에 패션 코너를 추가하는가 하면 ‘가을 시즌’, ‘웨딩 시즌’ 등 시즌별 카테고리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가구 및 가전제품, 뷰티, 문구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추가하며 ‘온라인 슈퍼마켓 + 다음날 직접 수령’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사진 싱성유쉬안

사진 싱성유쉬안

커뮤니티 공동구매가 진화함에 따라 플랫폼이 판매 상품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다. 그러나 싱성유쉬안은 본래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인 만큼 채소 등 신선식품의 품질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판매 제품의 가성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우세 지역 확보에 집중하고 무리한 확장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경쟁 기업과의 정면 대결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결국 커뮤니티 공동구매의 핵심은 ‘최고의 가성비’다. 다시 말해 좋은 상품을 찾는 것이야말로 커뮤니티 공동구매 플랫폼이 발전하는 방법이다. 싱성유쉬안은 이 경쟁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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