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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이었다, 이렇게 뜨거운 친목여행…1박2일 '댕댕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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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제주 전세기'에 탑승한 반려견의 모습. 창가 좌석에 반려견 전용 시트가 마련돼 있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댕댕이 제주 전세기'에 탑승한 반려견의 모습. 창가 좌석에 반려견 전용 시트가 마련돼 있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펫팸(Pet+Family)족’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른바 ‘펫코노미(Pet+Economy)’도 날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 가구, 반려인은 1262만명에 달한다(KB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숙소는 6월 현재 3000개를 훌쩍 넘는다. 펫코노미의 성장 속에 여행 트렌드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반려견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숙소는 물론이고,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 반려견과 함께하는 전세기, 반려견 동행 패키지여행 상품까지 등장했다. 올여름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캉스 여행법을 총정리했다.

‘펫키지 여행’ 떠나볼까

'태안 댕댕 버스'가 지난 17일 운행을 시작했다. 1박2일간 반려견과 꽃지해수욕장, 팜카밀레 농원 등 태안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여행 상품이다.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여행을 떠난다. 백종현 기자

'태안 댕댕 버스'가 지난 17일 운행을 시작했다. 1박2일간 반려견과 꽃지해수욕장, 팜카밀레 농원 등 태안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여행 상품이다.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여행을 떠난다. 백종현 기자

국내 패키지여행은 점차 그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정해진 일정과 식단을 따라야 하는 여정이 젊은 층 사이에서 낡은 여행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외는 있다. 이른바 ‘펫키지(pet+package) 여행’을 떠나는 펫팸족이 늘고 있어서다.

반려견 여행은 고려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반 출입이 되는지, 무게 제한은 없는지, 목줄이나 케이지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온갖 것을 두루 살펴야 한다. 팻키지 여행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관광지와 숙소, 교통편 문제를 알아서 해소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반려견 전문 여행사 ‘펫츠고’가 지난해부터 ‘울릉도 댕댕 크루즈’ ‘아라뱃길 댕댕 크루즈’ ‘영월 댕댕 트레인’ 등의 반려견 패키지여행을 시범 운영해오고 있는데 상품이 열릴 때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태안 팜카밀레 농원은 지금은 수국이 절정이다. 반려견도 출입이 가능한 관광지다. 백종현 기자

태안 팜카밀레 농원은 지금은 수국이 절정이다. 반려견도 출입이 가능한 관광지다. 백종현 기자

새로 나온 ‘태안 댕댕 버스(7만9000원, 숙박비 별도)’를 체험해봤다. 전용 버스를 타고 1박2일 여정으로 충남 태안의 관광지를 두루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17일 정오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만원이었다. ‘하늘이네’ ‘봉구네’처럼 앙증맞은 명찰을 단 좌석에 반려견 15마리와 반려인 18명이 짝지어 앉았고, 안내를 맡은 펫가이더 2명도 함께했다. 반려견과 가족 여행에 오른 모녀, 2대 2 펫 여행을 나선 두 친구, 반려견과 커플 의상을 맞춰 입은 20대 여성 등 참가자 면면도 다양했다.

첫날은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요가를 배웠고, 둘째 날은 반려견 놀이터를 갖춘 로컬 푸드 직매장과 허브 농원 ‘팜카밀레’에서 나들이를 즐긴 뒤 오후 6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이렇게 친목 도모 열기가 뜨거운 여행은 처음 봤다. 반려견은 말할 것 없고, 반려인도 육아 노하우와 끔찍한 자식 사랑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유대감을 쌓았다. 열 차례 이상 펫키지 여행을 경험했다는 송유정(34)씨는 “일일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고 여행 내내 귀여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태안 댕댕 버스 참가자들이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요가, 일명 '도가(dog+yoga)'를 체험하고 있다. 백종현 기자

태안 댕댕 버스 참가자들이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요가, 일명 '도가(dog+yoga)'를 체험하고 있다. 백종현 기자

‘댕댕이 전세기’도 떴다

3월 출시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댕댕이 제주 전세기'.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탑승하는 반려견 전용 비행편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한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3월 출시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댕댕이 제주 전세기'.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탑승하는 반려견 전용 비행편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한다. 사진 공항사진기자단

하늘길로 여행하는 반려견도 늘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국내 노선을 이용한 반려동물은 2019년 약 7000마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2만 마리 이상을 기록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이 늘면서 맞춤형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반려견 전용 ‘애견여행 도시락’을 출시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부터 ‘스카이펫츠’를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며 쌓은 마일리지로 반려동물 운송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3월엔 반려견을 위한 전세기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여행플랫폼 ‘반려생활’과 저비용항공사 하이에어가 기획한 일명 ‘댕댕이 제주 전세기’다. 김포~제주 왕복으로 매달 한 차례씩 50석짜리 항공기를 운항하는데, 매번 출시 5분 안에 완판될 만큼 인기가 높다.

‘댕댕이 제주 전세기'에 탑승하면 앙증맞은 '댕댕이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반려생활

‘댕댕이 제주 전세기'에 탑승하면 앙증맞은 '댕댕이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반려생활

댕댕이 전세기는 반려인 한 명이 반려견 1마리(케이지 포함해 10㎏ 이하)를 동반할 수 있다. 반려생활 이혜미(41) 대표는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눈을 마주치며 비행하는 것만으로 장점이 크다”고 소개했다. 일반 항공기는 반려견을 태우려면 케이지를 좌석 발밑에 두거나, 화물칸을 이용해야 하나 댕댕이 전세기는 반려견 좌석에 안전 고리가 달린 반려견 전용 시트가 설치돼 있다. 창가 자리가 반려견 전용석이다 보니, 반려견이 창밖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비행하는 인증샷을 찍는 반려인이 많다. 기념품으로 주어지는 ‘댕댕이 여권’도 반응이 뜨겁다. 댕댕이 제주 전세기 왕복 항공료는 49만8000원이다. 제주도에서는 자유 일정이다. 반려생활 홈페이지와 제주관광공사 ‘혼저옵서개’ 홈페이지에서 반려견 숙소와 관광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올여름 ‘댕수욕장’은 어디

강원도 양양 멍비치에서 휴가를 보내는 반려견의 모습.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양양 광진리에 있다. 사진 펫츠고

강원도 양양 멍비치에서 휴가를 보내는 반려견의 모습.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양양 광진리에 있다. 사진 펫츠고

여름은 역시 바다다. 하나 반려견과 해수욕을 즐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해수욕장 출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고, 다른 피서객 눈치도 살펴야 한다. 반려견의 해수욕장 출입이 불법은 아니다. 하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여름 성수기(7~8월) 해수욕장에 ‘반려견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내거는 게 현실이다. 안전‧위생 등의 이유로 개를 바다에서 내보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이다. 최근 동해안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 광진리 해변에는 일명 ‘멍비치’가 있다. 국내 최초의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2016년 문을 열었다. 김남선 광진리 이장은 “1m 높이의 울타리가 해변을 두르고 있어 눈치 볼 것이 없이 반려견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올해는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운영한다. 사람은 5000원, 반려견은 무게에 따라 5000~1만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경남 거제시는 명사해수욕장에 7월부터 8월 20일까지 별도의 반려견 전용 '댕수욕장'을 운영한다. 사진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명사해수욕장에 7월부터 8월 20일까지 별도의 반려견 전용 '댕수욕장'을 운영한다. 사진 거제시

강릉에도 올여름 반려견 전용 공간 두 곳이 생긴다. 커피 거리로 이름난 안목해수욕장은 반려견의 바다 입수를 막는 대신, 백사장 한편에 전용 풀장을 마련했다. 강릉항 남쪽의 남항진 해수욕장은 반려견의 바다 입수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백사장 안전 울타리 외에 바다에도 오염 방지 그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경남 거제시 명사해수욕장에도 올여름 ‘거제 댕수욕장(7월 1일~8월 20일)’이 생긴다. 해수욕장 한편 약 4200㎡(1270평) 면적의 백사장을 반려견 전용 공간으로 따로 분리할 예정이다. 반려견 전용 샤워장과 드라이룸, 야영장, 간식 교환소 등도 운영한다.

‘펫캉스’로 품위 있게

펫캉스 호텔로 유명한 레스케이프.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펫캉스 호텔로 유명한 레스케이프.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호캉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반려견과 함께 호텔‧리조트에 머무는 ‘펫캉스’ 문화도 뜨고 있다. 호텔은 반려견 출입 금지 시설로 유명하지만, 빗장을 여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펫 프렌들리 호텔을 표방하며 2018년 개장한 레스케이프가 대표적이다. ‘클래식’부터 ‘코너 스위트’까지 6개 타입의 펫룸을 고를 수 있다. 펫캉스는 대개 이런 식이다. 전용 유모차를 타고 체크인한 다음 룸서비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펫 미스트로 피부와 털을 정돈한 뒤 전용 침대에서 잠든다. 하룻밤 방값이 40만~50만원에 이르는 코너 스위트 펫룸도 주말에는 빈방을 찾기 어렵다.

강남 호텔 카푸치노는 두 개 층을 반려견 전용층으로 사용하는데, 반려견의 피부 건강을 위한 히노끼 스파 패키지도 갖췄다. 호텔이 가진 한계도 있다. 객실 바깥에서는 품에 안거나 케이지에 넣어 이동해야 하고, 레스토랑 같은 부대시설은 여전히 함께 이용할 수 없다.

휘닉스 평창은 반려견과 즐기는 펫캠핑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휘닉스 평창은 반려견과 즐기는 펫캠핑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리조트 쪽은 호텔보다 펫팸족에 관대한 편이다. 강원도 홍천 대명소노처럼 레스토랑에서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리조트도 있다. 휘닉스 평창은 반려견과 야외 캠핑장에서 바비큐 즐기는 ‘펫캠핑’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는 15㎏ 이하 반려견만 펫캠핑이 가능했으나, 수요가 크게 뛰면서 지난해 무게 제한을 없앴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에는 국내 최초의 부총지배견 케니(보더 콜리 견종)가 있다. 이른바 ‘펫 프렌들리 케어 서비스(무료)’가 이곳만의 특화 콘텐트다. 넘치는 체력과 친화력 갖춘 케니가 2시간 이상 반려견과 짝을 지어 야외 ‘도그 워터파크’, 실내 놀이터 등에서 놀아주는 서비스다. 휴가철은 경쟁이 치열해 예약이 필수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의 펫 파크. 부총지배견 케니(맨 오른쪽)와 손님으로 온 반려견들이 뛰놀고 있다. 백종현 기자

켄싱턴리조트 충주의 펫 파크. 부총지배견 케니(맨 오른쪽)와 손님으로 온 반려견들이 뛰놀고 있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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