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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데이터 만리장성' 쌓는다…디지털 DB 차단, 해외기업 곤혹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각종 데이터베이스(DB)와 학술논문에 대한 해외에서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데이터 안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이용하던 외국 기업과 대학이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략 경쟁 중인 미국의 싱크탱크 등에 중국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기업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민간 정보 서비스 업체인 '톈옌차'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홍보 이미지. 지난 3월께부터 해외에서의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톈옌차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기업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민간 정보 서비스 업체인 '톈옌차'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홍보 이미지. 지난 3월께부터 해외에서의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톈옌차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어사이트의 최근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의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톈옌차(天眼査)ㆍ치차차(企査査)ㆍ치신바오(啓信宝) 등 3대 민간 정보업체가 지난 3월께부터 일제히 한국ㆍ일본 등 해외에서의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 중앙ㆍ지방정부나 법원이 보유한 기업ㆍ개인 정보를 종합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분석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여기엔 비상장 기업의 정보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정보 서비스는 서방 기업들과 달리 기업 구조가 복잡한 중국의 사정을 고려할 때 중국 재계를 이해하고 관련 기업을 조사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로 통했다.

가령 어떤 기업의 지분율을 통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파악하거나, 해당 기업이 어떤 소송을 진행 중인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인허가 정보도 등록돼 있어 중국 현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의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감시사회인 중국에선 개인정보를 포함해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해 쓰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전봇대에 여러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모습. AP=연합뉴스

감시사회인 중국에선 개인정보를 포함해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해 쓰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전봇대에 여러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모습. AP=연합뉴스

감시사회인 중국의 특성상 각종 기관이 수집한 디지털 정보는 방대하다. 이를 잘 활용하면 중국에서 사업할 때 사기를 당하지 않거나 경영상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에 아예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중국 투자를 계획하던 해외 기업들은 난처해졌다.

이 외에 중국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인 윈드(Wind)의 일부 DB도 해외 제공이 중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달 동안 전자상거래 소매 동향에 대한 데이터와 중국 지방 도시의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는 지표인) 조명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시진핑 박사논문도 열람 안돼 

대학 등 해외 연구기관에서 중국 관련 연구가 막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학술 DB 사이트인 즈왕(CNKI)이 지난 4월부터 해외 접속을 차단하면서다. 민간 업체들이 제공하는 학술지 게재 논문 등은 아직 이용할 수 있지만, CNKI를 통해 볼 수 있던 중국 내 석ㆍ박사 논문은 더 이상 해외에서 열람이 어려워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의 엘리트들이 쓴 학위 논문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논문 대필 등 중국 지도부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시 주석도 푸젠(福建)성 성장 시절인 2001년 12월 『중국 농촌 시장화 건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후 대필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박사 논문도 현재 해외에서 접근이 차단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 주석이 5년간의 집정 방침을 담은 정치보고를 낭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박사 논문도 현재 해외에서 접근이 차단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 주석이 5년간의 집정 방침을 담은 정치보고를 낭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의 여러 업체들이 이처럼 해외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중국 인터넷 감독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데이터 이전 관련법에선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보는 일체 해외로 유출할 수 없도록 CAC에 대한 신고 절차를 명문화했다. 문제는 어떤 데이터가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선 “결국 민간 업체들도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아예 해외 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중국이 이처럼 해외 데이터 전송 차단을 강화한 것과 관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ㆍ신미국안보센터(CNAS)ㆍ조지타운대 산하 안보신기술센터(CSET)와 같은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관련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 연구소들은 ‘워게임’ 등을 통해 미국의 중국 대응 시나리오를 연구하거나, 중국 인민해방군의 활동을 집중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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