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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억 전투기 불량인데도, 중국은 AS 모른척…개도국 속터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8년 4월 미얀마 남부 바고주 땅고에서 추락한 미얀마 공군의 훈련용 중국산 F-7 전투기. 사진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18년 4월 미얀마 남부 바고주 땅고에서 추락한 미얀마 공군의 훈련용 중국산 F-7 전투기. 사진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해 9월 미얀마 공군은 긴급히 파키스탄 기술진을 자국에 초청했다. 미얀마가 보유한 전투기 JF-17에 탑재된 레이더 시스템  KLJ-7A의 탐지 정확도가 심각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수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JF-17 전투기엔 탑재돼야 할 중장거리 미사일과 공대공 레이더도 계약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얀마가 해당 전투기를 지난 2016년 중국으로부터 구매했다는 점이다. 기술 결함에도 중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나몰라라 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JF-17을 공동개발한 파키스탄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당시 미얀마 매체 이와라디는 “파키스탄 인력이 일부 기술문제를 해결했으나 여전히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상태”라며 “미얀마 정부가 대당 2500만달러(약 320억원)를 들여 JF-17을 6대나 들여왔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무기를 구매한 개발도상국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심각한 기술적 결함과 오작동 사고로 인해 해당 무기로는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무기를 수출한 뒤 사후 정비(AS)도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미얀마 사례는) 중국이 무기를 해외에 판매한 뒤 정비·수리에 대한 책임을 거의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함 있는 중국산 무기를 구입한 개발도상국들은 국가 안보 강화라는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군사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외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은 많다. 나이지리아에선 지난 2018년 9월 중국산 전투기 F-7 2대가 독립기념일 기념 비행 퍼레이드 리허설을 벌이던 중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이지리아군이 점검해보니 심각한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 2020년 보유한 F-7 전투기 9대 중 7대를 중국으로 보내 수리를 맡겨야 했다.

지난 2018년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중국산 JF-17 전투기에 탑승해보고 있다. 사진 이와라디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8년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중국산 JF-17 전투기에 탑승해보고 있다. 사진 이와라디 홈페이지 캡처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미얀마에서도 지난 2018년 중국산 F-7 전투기가 3대나 잇따라 추락하면서 조종사 2명과 10세 소녀가 숨졌다. F-7은 옛 소련의 MIG-21을 기반으로 중국이 제작한 전투기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선호해왔다.

파키스탄도 지난해 중국산 F-22P 호위함에서 엔진 성능 저하를 비롯한 기술적 결함을 발견하고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산 FM-90 대공 미사일에서도 적외선 센서 시스템 오류 등으로 목표물 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시스템을 모두 폐기했다. 방글라데시도 지난 2020년 중국산 훈련기 K-8W에서 문제가 나타나자 중국항공기수출입공사(CATIC)에 항의했지만 만족스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09년 파키스탄 해군의 중국산 F-22P 군함이 말레이시아 클랑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2009년 파키스탄 해군의 중국산 F-22P 군함이 말레이시아 클랑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런 문제에도 중국산 무기는 아직 개발도상국에 인기가 있다. 주로 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남아메리카 국가로, 미국 등 서방 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싶어하는 곳들이다. 랜드연구소는 “서방 기업이 인권·재정건전성·정치체제 안정 등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운 반면, 중국은 각국의 정치상황에 개의치 않고 무기를 파는데다 서방보다 값도 싸서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위해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무기 수출을 활용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무기 시장의 ‘큰손’인 러시아의 존재감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화된 것도 중국이 부상하게 된 이유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러시아는 전쟁 물자 부족과 서방 제재로 인한 공급망 차단으로 해외 무기 수출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른바 ‘가치 무기(value armor)’ 시장의 강자 지위를 중국에 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가치 무기는 경훈련기 및 전투기, 장갑차, 무인 항공기 등 적은 비용으로 작전수행에서 큰 가치를 내는 무기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랜드연구소는 “싼값에 안보를 강화하고 싶은 개발도상국에는 (중국을 제외하면) 대안이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결함 사실이 지속해서 드러나 중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경우 군사 시장에서 중국의 지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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