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은 새로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더욱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창조인상 수상을 통해 그 동안의 연구 열정이 인정받고, 앞으로 더 큰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2차전지는 반도체 이상으로 중요한 핵심 산업인데, 우리가 2차전지 기술까지 세계를 선도한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겁니다.”
2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제14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에서 과학기술 부문 상을 받은 강기석(47)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강 교수는 ‘나노복합소재’를 바탕으로 고성능 전극을 개발한 2차전지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강 교수는 “15년간 기존 배터리가 갖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체 내의 호흡작용과 연관된 에너지 변화를 모사한다거나 자기복제에 능한 바이러스를 본 따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등 다른 분야와의 접목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한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전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2010년 제정됐다. 과학기술·사회·문화예술 등 3개 부문에서 창조적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 매년 시상해 왔다.
사회 부문 수상자인 김성민(38)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자립 청년에게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등 10여 년간 보호종료아동의 든든한 멘토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자립 청년의 법적 지위를 높이는 입법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저의 꿈은 보육원 출신 아이들에게 가족이 돼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립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의 인권과 권익을 대변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조인상을 통해 제가 받은 칭찬은 저만을 위한 게 아니라,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류성희(55) 영화미술감독은 ‘괴물’ ‘국제시장’ 등 한국 영화미술의 개척자다.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아가씨’로 벌칸상(최고기술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여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류 감독은 “이제 막 영화미술이라는 기반을 다졌고 아직 걸어갈 길이 먼데 영광스런 상을 받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걸 꿈꾸고 그걸 실현하는 데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찰흙으로 빚은 그릇의 본질은 찰흙이 에워싼 허무의 공간’이라는 노자의 말처럼 인간의 삶도 빈 공간을 경험을 통해 채워간다”며 “더 많은 고민과 연구로 영화의 미장센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창조인상 심사위원장인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나날이 또 새롭게 한다’는 홍진기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창조인들을 발굴하고 있다”며 “심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희망과 비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가족 대표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중앙화동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성과와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창조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며 “수상자들이 후세에 기억되는 창조인으로 우뚝 서고 오늘의 수상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