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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 찬성" vs "공영방송 무너져"…헌재로 간 수신료 싸움

중앙일보

입력

김덕재 KBS 부사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절차 진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덕재 KBS 부사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절차 진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KBS가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따로 징수하도록 시행령을 바꾸는 절차를 멈춰달라며 21일 헌법재판소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동안 TV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됐는데, 사실상 징수를 강제하는 게 아니냔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난 5일 대다수의 국민이 분리징수를 원하고 있으니 관계 법령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권고했다. 이에 방통위가 11일만인 지난 16일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결합해 징수하지 못 하게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예고했는데, 긴급 사안이라며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40일)보다 짧은 10일로 잡았다.

KBS 김덕재 부사장과 김진우 전략기획국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아 가처분신청서를 냈다. 입법예고 기간을 부당하게 단축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으니 우선 절차 진행을 멈춰달라는 것이다. KBS는 현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가 법률로 정한 사항을 행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어긋나며, 입법예고 기간을 이례적으로 단축한 것은 법률이 보장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제출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라고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방송법상 ‘TV 소지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고(64조), 징수업무는 위탁할 수 있어(67조)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해왔다. TV 소지자로선 전기요금과 따로 징수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한전이 TV 소지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일정량 이상(매달 50kWh 이상) 전기를 쓰면 일단 수신료를 부과한 뒤, TV 미(未)소지자가 해지신청을 할 경우 최대 3개월 치 수신료를 환불해주는 방식이라 징수가 수월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법을 고치거나 해석을 바꿔 분리징수 도입을 시도한 사례는 많았다. 2014년 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2018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분리징수 법안을 발의했고, 시민단체의 헌법소원심판 청구(2006년 KBS 수신료 징수 위헌소송 추진본부)와 행정소송(2015년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있었다. 이번 분리징수 도입 시도는 대통령실이 나섰고, 법이 아닌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을 택했단 점에서 이전 시도들과 다른 추진력을 얻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다만 이날 KBS 청구대로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을 정지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많았으나 개정 과정을 멈춰달라는 신청은 전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KBS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LKB 이종훈 변호사는 “급박하게 진행이 되고 있어 우선 절차 진행을 정지해달란 신청을 낸 것이고, 가처분사건 심리 중 시행령이 통과돼 발효될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시행령 효력 정지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조만간 낼 본 소송(헌법소원심판)의 선고 때까지 정지해달란 요청이다.

헌법재판소가 KBS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시행령 개정 절차는 헌법소원심판 선고 때까지 일단 정지된다. 다만 헌재에서 기각·인용 결정을 언제까지 내려야 하는지 따로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헌재의 정지 명령이 없으면 방통위는 입법예고 기간 종료(26일) 후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의결을 할 수 있고,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되면 다음 달 공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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