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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동결에 한전 적자…산업은행이 속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다세대주택 외벽에 전력량계가 부착돼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가 현재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다세대주택 외벽에 전력량계가 부착돼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가 현재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국전력 적자가 산은의 재무 건전성을 뒤흔들고 있다. 한전의 적자는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산은의 손실로 연결된다. 전기요금 현실화 지연에 따른 불똥이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에 튄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11%다. 2020년 4분기 말(15.96%)과 비교하면 2.85%포인트 떨어졌다. 이중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이 1.95%포인트라는 게 산은의 추산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 규모는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44조7000억원에 이른다.

BIS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15~1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서 디자이너

김현서 디자이너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산은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 출자받았다. 또 1조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한전 적자가 향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현 추세라면 BIS비율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에 온 후 제가 놀란 것은 산은의 재무구조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참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한전 적자 개선을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다음달부터 적용될 올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강 회장은 “각고의 노력으로 금감원의 BIS비율 권고치인 13%를 넘기고 있지만, 더 낮아질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산은을 어떻게 볼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추가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HMM 매각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은이 지분 20.69%를 보유한 HMM의 주가 하락 역시 산은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킨 또 다른 외부 요인이다. 산은에 따르면 HMM 주가가 1000원 떨어지면 산은 BIS비율은 0.07%포인트 내려간다. 2021년 5월 28일 5만1100원을 기록했던 HMM 주가는 이날 1만8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 손실에 따른 산은의 재무구조 악화는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정책금융 규모를 줄인다. 한전에서 1조원 손실이 나면 정책금융 공급액 여력은 1조8000억원 줄어든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누적 적자가 워낙 커 지분을 보유한 산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라며 “기업 구조조정 및 성장 분야 지원 등을 해야 하는 산은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결국 전기 요금 정상화가 선행돼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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