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인근 마을 집 산 이철우 "'전자파=괴담' 생각 변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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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의 제2 보병사단 소속 병사가 지난 3월 19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이 발사는 지난 3월 15일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밖으로 나와 23일까지 외부에 전개됐다. 사진 미 국방부

지난 20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도의회 본회의장. 제340회 경북도의회 정례회가 열린 이곳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2016년 9월 이철우 경북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이 담긴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이 지사는 “만약 김천 인근 성주군 초전면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가 배치되면 저 스스로 그 지역 마을에 집을 구해서 들어가 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지사는 사드 레이더가 향해 있는 김천시 농소면 연명리 한 주택을 2017년 7월 지인들과 함께 매입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그곳에서 아들 부부, 손녀와 함께 며칠간 머물렀다.

이우청 도의원 “전자파 우려에도 사드 기습 배치해”

도정질문 중 이 영상을 재생한 이우청 경북도의원(국민의힘·김천)은 “2016년 9월 30일 성주군 한 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됐다”며 “결정된 뒤에도 주민이 납득할 만한 부지 선정 사유나 근거를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제340회 경북도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이우청 경북도의원이 도정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의회

이 의원은 “도지사가 된 이후 사드 영향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어 김천 주택을 아직 소유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며 “전자파 영향권에 있는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는 사드 배치 전까지 암환자 집단 발생 사례가 전무했지만 2021년과 2022년 사이 전체 인구 179명의 6.7%에 해당하는 12명이 암 판정을 받았다. 이는 2020년 국내암 조발생률 0.5%의 10%가 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조발생률은 해당 관찰 기간 특정 인구집단에서 새롭게 발생한 암환자 수로 정의한다.

이철우 “전자파 우려 ‘괴담’…주택도 아직 보유”

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약하다는 것은 언론에도 다 나왔다. 북한이 저렇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쏴대는데 방어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지사는 “사드 배치는 주민과 합의가 안 된다. 국내에 많은 미사일이 배치돼 있지만 한 번도 합의한 적이 없고 주민은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의회

이 지사는 “사드 전자파 피해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괴담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안 되고 주민이 불안해 하는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전자파 측정 결과 인체보호 기준 ‘1000분의 1’

한편 사드 배치 이후 사드 레이더 전자파 논란이 끊이지 않자 환경부와 국방부는 2017년 8월 12일 성주군·김천시 관계자와 취재진 참관 아래 사드 레이더로부터 100m·500m·600m·700m 거리에서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했다. 레이더 가동 전 전자파는 평균 0.001893W/㎡였고 가동 후엔 평균 0.01659W/㎡였다. 전파법에 따른 인체보호 기준의 1000분의 1 수준이었다.

2017년 8월 12일 오전 국방부와 환경부 관계자 등이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전자파·소음 측정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21년 10월에는 경북도와 김천시가 국방부에 전자파 측정소 설치와 측정 결과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5월부터 김천 4개 지점에서 측정된 전자파 측정 결과를 경북도와 김천시·성주군에 보내고 있다. 이 측정값 역시 가장 높은 지점 평균 전자파가 인체보호 기준의 0.011% 정도에 그쳤다.

한편 환경부는 21일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지난달 11일 접수한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평가서에는 2017년 측정한 전자파 소음 등이 담겨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