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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몇달 내 미·중 정상 대면 기대”…바이든은 시진핑 향해 “독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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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ABC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은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은 시진핑 주석. 중앙포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ABC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은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은 시진핑 주석. 중앙포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달 안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ㆍ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재개되면서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미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달 안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담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두 사람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미 정부 동료들이 중국으로 가고 중국 관리들이 미국으로 오는 등 더 많은 고위급 접촉과 관여를 볼 것”이라며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지도자 대 지도자의 관여(leader-to-leader engagement)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직접 양국 정상 회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예상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ㆍ중 정상의 과거 2인자 시절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각각 부통령ㆍ부주석으로 있으면서 그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이는 기존의 관계이지만 그들이 직접 접촉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위험 관리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위험 관리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8일 “앞으로 몇 달 내로 시 주석을 만나 대화하길 희망한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정찰풍선 사태와 관련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에둘러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이유는 그것이 거기 있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embarrassment)”라고 했다.

시 주석을 콕 집어 ‘독재자’라고 지칭한 건 아니지만 시 주석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론적으로 ‘독재자들’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한 셈이 됐다.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들과 동일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호평하며 “미·중 양국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 입에서 바로 다음날 ‘독재자’ 발언이 나온 것이다.

“中, 北문제 협조 안하면 한·미·일 조치 강화” 

방중 기간 중국에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던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이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한·미·일 3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중국으로부터 북한 김정은과 미사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을 돕겠다는 약속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약속은 없었다”고 답한 뒤 “그러나 나는 중국이 역내에서 가장 불안정한 행위자가 반복된 미사일 실험과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는 김정은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 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더 많은 방어 자산을 역내에 배치하고 함께 훈련하는 것을 포함한 이런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방중 일행의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시 주석이 상석에 앉아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방중 일행의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시 주석이 상석에 앉아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의 방중 때 일었던 시 주석의 ‘상석 배치’ 논란과 관련해 당시 회동에 배석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시 주석은 회동 내내 아주 공손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블링컨 장관 일행을 맞은 시 주석은 상석에 앉아 마치 하급자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 논란이 됐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학교 드류 톰슨 수석연구원은 “그 장면은 중국이 다른 강대국들로부터 존엄을 인정받는 세계적 강대국이란 걸 중국 국민들에게 잘 보여줬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번스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기간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중국인들은 블링컨 장관을 매우 위엄 있게 맞이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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