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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할리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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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할리우드 노장들의 회춘인가. 72세 마이클 키튼이 ‘플래시’로 31년 만에 배트맨으로 돌아왔다. 다음주 ‘미션 임파서블’ 7편으로 내한하는 톰 크루즈는 61세. 지난달 칸영화제에선 최근 여든 나이에 늦둥이를 얻은 로버트 드 니로가 단짝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뭉친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문’, 81세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 5편이 나란히 초청됐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젊은 스타파워를 잃은 할리우드’란 제목의 기사에서 노익장이 반갑지만, 지난 10년간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하며 영화산업이 정체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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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 가디언은 영화업계의 근시안을 꼬집었다. 마고 로비, 티모시 샬라메, 제니퍼 로렌스 같은 차세대 배우가 있음에도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영화계가 “관절염이 있는 왕년의 스타들을 적절치 않은 역할에 고용한다”면서다. 흥행이 검증된 영화 원작·게임 등의 리메이크, 프랜차이즈 속편 등 투자가 몰리면서 대담한 시도, 독창적 배우 발굴이 더뎌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한국영화 상황을 보면 딴 나라 얘기 같지 않다. 급성장한 OTT 홍수 속에 검증된 재미가 아니면 관객들은 지갑을 열지 않게 됐다. 마동석의 ‘범죄도시3’이 2편에 이어 천만 흥행을 넘보고, ‘탑건2’ ‘아바타2’ 같은 외화 프랜차이즈 속편이 인기를 끌지만, 신인 감독·배우의 도전적 영화는 투자 단계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한국영화를 글로벌 무대에 끌어 올린 저력은 젊고 독창적인 시도였다. 흥행성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봉준호·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도 데뷔작에서 흥행 실패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