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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잇단 ‘멀티버스 영화’…“재미가 새록” “이젠 피로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멀티버스 소재 히어로 영화 ‘플래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아래 사진)가 나란히 개봉했다.

멀티버스 소재 히어로 영화 ‘플래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아래 사진)가 나란히 개봉했다.

이달 개봉하는 히어로 영화 ‘플래시’(14일 개봉)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1일 개봉)는 ‘멀티버스’(다중우주)가 소재다. 1961년 코믹스에서부터 멀티버스를 선보인 DC의 ‘플래시’는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에즈라 밀러)가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갔다가 또 다른 자신이 사는 평행세계에 불시착해 펼치는 모험을 그렸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018년 개봉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전편(‘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이어, 스파이더맨 마일스(목소리 샤메익 무어)와 스파이더우먼 그웬(목소리 헤일리 스테인펠드)이 다양한 평행세계를 오가며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멀티버스 소재 히어로 영화 ‘플래시’(위 사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나란히 개봉했다.

멀티버스 소재 히어로 영화 ‘플래시’(위 사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나란히 개봉했다.

지난 몇 년간 멀티버스는 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핵심 소재였다. 마블은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페이즈(서사 구분 단계) 4~6기를 아예 ‘멀티버스 사가’로 부르는 등 다중우주 세계를 무한 확장 중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와 지난 2월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도 멀티버스가 소재다. 멀티버스를 다룬 SF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는 아카데미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주인공이 멀티버스 존재에 눈뜨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진 더쿱]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주인공이 멀티버스 존재에 눈뜨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진 더쿱]

멀티버스 유행의 배경에는 마블·DC 등 히어로 무비 스튜디오의 상업적 속내가 자리한다. 개별 히어로만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하자, IP(지적재산)를 확장하고 재생산하는 장치로 멀티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장민지 경남대 교수(미디어영상학)는 지난해 논문(‘멀티버스, 콘텐츠IP확장을 위한 세계관 재생산 전략’)에서 “하나의 닫혀버린 서사라 할지라도 멀티버스 세계관을 활용할 경우 캐릭터와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변주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멀티버스 세계관은 콘텐트 IP 확장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멀티버스는 무수히 많은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가 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측면이 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켐프 파워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보지 않은 길이 어땠을지 보여준다는 점이 멀티버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부캐’(부캐릭터) 열풍 등 현실과 다른 자아를 만드는 데 익숙해진 시대 흐름 속에서 멀티 캐릭터, 멀티버스와 같은 개념이 새로운 재미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멀티버스를 도입한 서사가 늘어난 데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전에 봐야 할 작품이 5~6편에 달한다. 멀티버스 세계관은 새로운 관객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문화콘텐츠학)는 “멀티버스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가상 세계인데, 그런 판타지도 우리 삶과 맞닿아있어야 쾌감을 줄 수 있다”며 “멀티버스 영화 중에서도 ‘에에올’이 유독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현실의 문제가 서사의 중심축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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