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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 포기" 승부수…檢, 7월 승부냐 시간끌기냐 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격적인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으로 20일 법조계는 술렁였다. “1년 넘게 이재명 수사를 끌어온 검찰을 압박하는 반전 카드”(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한 친이재명계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전날 밤까지 참모진들 사이에선 찬반이 엇갈렸는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포함한 건 이 대표의 선택”이라며 “비회기(7월15일~8월15일) 중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실질심사에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민생현안도 산적해 있는데 8월 임시회나 가을 정기국회를 기다려 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다는 건 수사의 목적이 정치 탄압임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연설에서 “(추가)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간의 의미는 “비회기 중 영장쳐보라”…검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19일 국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듣고 있다.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현행법상 불체포 특권 포기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방탄 국회를 열지 않거나, 아니면 당론으로 가결시키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19일 국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듣고 있다.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현행법상 불체포 특권 포기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방탄 국회를 열지 않거나, 아니면 당론으로 가결시키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공을 검찰에 넘겼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본인에 대해 새로운 범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걸 스스로 가정하고 한 말씀이다. 거기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반응했다. 검찰도 대외적으론 ‘무시’가 기조다. 검찰 관계자는 “회기중에는 나오지 않겠다는 말인가”라며 “검찰은 검찰의 시간표대로 수사를 진행한 후 회기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법처리를 할 방침이니, 이 대표도 꼼수를 쓰지 말고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형사사법절차에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검 관계자는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는다고 한 게 처음도 아니고, 막상 소환이라도 하면 다시 강압수사 프레임으로 몰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도 2차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시점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초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이 이 대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수사를 가능한 한 내년 총선이 임박한 시점까지 끌고 가다가 막판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해 방탄 프레임을 재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돈 봉투 살포 의혹 관련) 이성만·윤관석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민주당을 자극한 것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수 있으니 방탄 국회 프레임이라는 실리라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팽배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2차 영장 청구도 정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압박 카드로 이같은 시나리오가 주는 부담은 더 커졌다. 한 공안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야당 대표 관련 의혹을 1년 넘게 수사해 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영장 심사에 응하겠다고 나섰는데도 시간을 더 끌면 검찰과 여권에 역풍이 불 가능성이 적잖다”고 전망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너무 오래 끌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사팀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밑그림 그려졌지만 ‘핵심 진술’ 빈 李수사

800만달러 불법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800만달러 불법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수사의 진도와 완성도다. 검찰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그리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중인 수사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모아야 하지만 진도가 천차 만별이다. 중앙지검이 진행중인 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수사는 검찰은 4단계 용도 상향 관련한 이 대표의 결제 서류를 확보하고 로비스트 김인섭씨를 지난달 2일 구속기소하고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를 구속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성남지청이 뒤늦게 착수한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수사는 지난 14일 성남시를 2차 압수수색하는 등 아직 초기 단계다.

수원지검의 ‘800만달러+α’ 불법 대북송금 의혹 수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북한 스마트팜·방북비용 대납→이 대표 방북 시도로 이어지는 제3자뇌물 혐의의 밑그림은 완성 단계지만, 키맨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수사팀은 이 전 부지사의 아들의 쌍방울 계열사에 취업 특혜 의혹까지 꺼내 압박중이지만 큰 효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이 대표측에 428억을 주기로 약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김씨의 자백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부정한 청탁’이 요건인 제3자 뇌물 혐의에선 공무원(이 대표)과 뇌물 공여자 사이의 접촉과 대화를 복원하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며 “정황 증거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 필요성, 증거인멸 우려도 보완 필요”

서울중앙지검은 백현동 특혜 비리 의혹, 대장동 '428억 약정설' 등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잔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백현동 특혜 비리 의혹, 대장동 '428억 약정설' 등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잔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검찰은 이 대표의 정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한 검찰 간부는 “아직 이 대표의 남은 의혹에 대해선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시점”이라며 “영장 청구 여부는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한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일부 수사팀 내에선 '지금은 이르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라며 “일단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새로운 증거를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용 혐의에 대한 증거 외에 증거인멸 정황 확보도 검찰이 신경써야할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회기에 구속 영장을 청구한다면 (이 대표가)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에 증인들이 진술을 주저한다는 점 등을 통해 구속 필요성과 증거인멸 우려는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체포동의안을 제출하면서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을) 직접 보고·승인·결정했음에도 사건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고 한 점,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 언론이나 공당의 공보자료 등을 통하여 국민을 상대로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지속해서 노출하며 사건 관계인들을 회유하려는 태도 또한 보인 점” 등을 열거했다.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이같은 우려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검찰 주변 인사들의 지적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변호인인 A변호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물증이 부족하고 그나마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전문증거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경기도는 십수번, 성남시도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했는데, 증거인멸 우려 이전에 인멸할 증거가 더이상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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