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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이 꺼내든 “핵 폐수”…국제 학술지선 중국계 용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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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부광장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인천 규탄대회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부광장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인천 규탄대회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주말 꺼내 든 ‘핵 폐수’란 용어가 국제 학계에선 주로 중국인 연구자 사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중앙일보가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학술지 논문을 검색한 결과, 핵 폐수(Nuclear Waste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한 논문(278건)의 저자는 대부분 중국계였다. 상위 5명 저자는 두안 타오(Duan Tao·11건), 무 완쥔(Mu Wanjun·11건), 양 위추안(Yang Yuchuan·11건), 리 싱량(Li Xingliang·9건), 웨이 홍위앤(Wei Hongyuan·9건) 등이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하오 원펑(Hao Wenfeng·6건), 얜 원푸(Yan Wenfu·6건), 궈 시량(Guo Xiliang·5건), 얜 샤오쥔(Yan Xiaojun·5건), 메이 도우차오(Mei Douchao·4건) 등 중국계 저자 위주로 핵 폐수 용어를 사용했다.

중국 서남이공대 소속 두안 타오 박사가 저자로 참여해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2년 1월호에 게재한 논문 'Metal-free 2D/2D C3N5/GO nanosheets with customized energy-level structure for radioactive nuclear wastewater treatment'. 이 논문은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정용환 기자

중국 서남이공대 소속 두안 타오 박사가 저자로 참여해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2년 1월호에 게재한 논문 'Metal-free 2D/2D C3N5/GO nanosheets with customized energy-level structure for radioactive nuclear wastewater treatment'. 이 논문은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정용환 기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논문도 많았다. 중국 서남이공대 소속 두안 타오 박사가 저자로 참여해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2년 1월호에 게재한 논문(Metal-free 2D/2D C3N5/GO nanosheets with customized energy-level structure for radioactive nuclear wastewater treatment)은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중국공정물리연구원 소속 무 완쥔 박사 등이 저자로 참여해 『분리정제기술(Separation and Purification Technology)』 2022년 6월호에 게재한 논문(Overcoming structural collapse in stable zirconium phosphonate materials for strontium removal) 역시 중국 국가핵심 R&D프로그램 등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직후 낸 담화문에서 ‘핵 폐수(核废水)’란 단어를 사용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7일 인천 장외 집회에서 “앞으로는 아예 ‘핵 폐수’라고 불러야 되겠다”며 “사실 오염수도 순화된 표현”이라고 했다. 반대로 정부·여당은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용어 변경을 검토한 적 없다”(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고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 공식 논평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대신 ‘핵 폐수’ 용어가 더 자주 쓰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핵 폐수 홍보대사 자처하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국민에게 있으나 마나 한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브리핑(18일)과 박성준 대변인의 ‘핵 폐수 방출, 괴담인지 아닌지 검증해야 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습니다’ 브리핑(19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원자력 학계에선 핵 폐수 용어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한 교수는 “맞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말”이라고 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학술적으로는 본질을 잘 나타내면서 혼돈의 여지가 없는 용어를 약속해 사용하는데, 여기에 자꾸 다른 색깔을 입히려는 건 그 자체로 정치 행위”이라며 “소양강댐 물에 똥이 하나 들었다고 해서 그 물을 똥물이라고 할 건지, 똥이 얼마나 들어가야 똥물이라는 건지 따져 묻는 수준의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 발전소에 방사능 오염수를 담은 탱크가 저장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 발전소에 방사능 오염수를 담은 탱크가 저장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선동 정치가 끝까지 갔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 배출 기준 미만의 오염 처리수를 방류한다는데 그걸 주변국에서 어떻게 저지할 수 있겠나”라며 “과학적 본질로 따지고 들어가면 자신이 없으니, 온갖 선동을 위해 있지도 않은 ‘핵 폐수’ 표현까지 가지고 나와 새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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