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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꽉 찼던 빗물받이…"막아야 뚫린다" 악몽 깬 역발상

중앙일보

입력

도로 빗물받이를 가득 채운 담배꽁초.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하수구가 막히면 폭우 때 침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앙포토

도로 빗물받이를 가득 채운 담배꽁초.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하수구가 막히면 폭우 때 침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앙포토

19일 환경부가 광역지자체 하수도 담당자들을 세종시로 불렀다.
하수도 시설 관리현황 점검 회의였다.
장마철을 앞두고 도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대책 회의의 주된 안건은 '빗물받이 관리'였다.

환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빗물받이 청소 주간(막힘 없는 빗물받이 만들기)'을 실시하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빗물받이 청소를 철저히 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빗물받이는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물 배수구다.
빗물이 하수관으로 들어갈 때 쓰레기를 걸러내는 구조로 돼 있다.

문제는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나 가로수 낙엽 등으로 막히기 일쑤라는 점이다.
또 일부 주민들은 하수구에서 나는 악취를 피하기 위해 덮개로 덮어두는데, 폭우 때 미처 덮개를 제거하지 못해 침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서울 등 수도권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가 컸던 것도 빗물받이 관리가 미흡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폭우가 쏟아지며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인천에서 낙엽이 도로 옆 배수로를 막아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사진은 이날 침수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역 인근 도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2일 폭우가 쏟아지며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인천에서 낙엽이 도로 옆 배수로를 막아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사진은 이날 침수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역 인근 도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에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도로 침수가 일어났는데, 이때는 낙엽이 빗물받이를 덮은 탓으로 지적됐다.

쓰레기·악취 잡는 빗물받이

월드탑믹스(주)의 투수 그라우팅 빗물받이. 담배꽁초 등이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월드탑믹스]

월드탑믹스(주)의 투수 그라우팅 빗물받이. 담배꽁초 등이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월드탑믹스]

이처럼 환경부도 고심하게 만드는 빗물받이 막힘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월드탑믹스㈜에서 개발한 빗물받이는 아예 빗물받이 구멍을 막아버리는 구조다.

2019년 특허를 받은 이 제품은 잘게 부순 석재를 친환경 폴리머 접착제로 붙여 빗물받이 철제판을 채운 '투수 그라우팅' 형태다.
겉으로 보면 빗물받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은 쉽게 통과하지만,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는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다.

물은 동이로 들이부어도 술술 빠질 정도다. '막아야 뚫린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빗물받이를 들어낼 필요도 없이 일반 도로처럼 그냥 쓸면서 청소하면 된다.

뚜껑이 있어 악취도 막아주고, 구멍이 없어 장애인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는 데도 편리하다.

서울·인천·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의 도로·학교운동장·공원·장애인시설 등에 이미 설치됐다.

(주)월드탑믹스 빗물받이. [월드탑믹스]

(주)월드탑믹스 빗물받이. [월드탑믹스]

이 회사 윤기로 대표는 "빗물받이를 덮은 쓰레기나 낙엽은 일반 도로처럼 쉽게 청소할 수 있고, 토사가 쌓일 경우에만 압축 세척하면 된다"며 "가격은 일반 빗물받이보다 비싸지만, 청소 비용을 고려하면 유지관리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다공성 재질로 하수관 부담 줄여

(주)모현씨앤디의 침투 빗물받이. 다공성 재질로 돼 있어 빗물이 토양으로 침투할 수 있다. [모현씨앤디]

(주)모현씨앤디의 침투 빗물받이. 다공성 재질로 돼 있어 빗물이 토양으로 침투할 수 있다. [모현씨앤디]

㈜모현씨앤디에서 개발한 제품은 빗물받이로 들어온 물을 주변 토양으로 흡수시키는 다공성 재질로 돼 있다.

가로·세로·높이가 30×90×90㎝ 사이즈인 침투 빗물받이의 경우 시간당 240L의 빗물을 토양으로 침투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많은 비가 내렸을 때 하수관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의 일부 줄여 하수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빗물의 배수 경로를 분산시켜 도로 침수나 하천 범람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모현씨엔디 침투 빗물받이 시공 장면. [모현씨앤디]

모현씨엔디 침투 빗물받이 시공 장면. [모현씨앤디]

모현씨앤디 관계자는 "빗물을 토양으로 침투시킴으로써 지반의 보수력(保水力)이 향상돼 갈수기에 가로수 등 식목의 생육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역류에도 안 열리는 맨홀 뚜껑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한국주조 맨홀 뚜껑. [한국주조]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한국주조 맨홀 뚜껑. [한국주조]

한편, 19일 회의에서 환경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맨홀 내 추락 방지시설 설치 현황도 점검했다.
폭우가 내리고 침수가 됐을 때 맨홀에 사람이 빠지는 사고를 방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 서울 서초구 도로 위 맨홀 뚜껑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왔고, 그 안으로 2명이 빠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맨홀 뚜껑 안에 철망을 설치해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주)한국주조에서 만든 맨홀 뚜껑은 잠금장치가 부착돼 뚜껑이 강한 압력에도 이탈하지 않게 돼 있다.
대신 스프링이 달려 있어 장도리 같은 도구로 뚜껑 옆 레버를 누르면 한 번에 쉽게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22일 물의 날 행사가 열린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환경제품 전시행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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