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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만에 물바다 신촌, 담배꽁초에 빗물받이 막힌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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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 가려는데 신촌역 앞이 바다가 됐더라.”

연세대 대학원생 조현호(27)씨는 28일 오후 7시쯤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학교 안에서 몇 시간을 더 기다렸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서대문구 신촌 한복판이 ‘물바다’가 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신촌 번화가 침수의 원인 중 하나는 담배꽁초를 비롯한 쓰레기다.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배수구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빗물받이는 인도와 도로 사이에 철망으로 쳐진 배수시설로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에서 물을 빼내는 중요 수방시설 중 하나로 꼽힌다.

종각의 빗물받이, 벽면의 틈 등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중앙포토]

종각의 빗물받이, 벽면의 틈 등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중앙포토]

빗물받이의 철망 안쪽에는 300개의 배수관이 있어 물을 다른 쪽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수관이 열려있어야 한다. 특히 통행량이 많은 대학가와 유흥가의 경우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금세 막혀버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빗물받이는 몇 개가 막혀도 될 정도로 충분히 설치됐기 때문에 침수 원인을 하수관 용량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대문구청 안전치수과 관계자는 “침수가 발생한 곳은 빗물받이가 다른 데보다 많은 곳”이라며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들과 행인들이 벌인 담배꽁초와 쓰레기들 때문에 빗물받이가 모두 막히면서 폭우 20분 만에 도로가 물에 잠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빗물받이는 서울에만 48만 개에 달한다. 흙이 없는 도심 특성상 빗물받이를 많이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관리다. 각 구청이 빗물받이 관리를 담당하지만 개수가 너무 많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우기 전에 빗물받이 청소를 실시하고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관계자는 “구청마다 관리하는 빗물받이 개수가 2만개가 넘기 때문에 전부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빗물받이 관리자를 지정해 운영하면서 태풍 등 폭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물받이 관리자는 대부분 상가 주인, 동장 등으로 구성돼 있어 관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지자체는 폭우가 쏟아지기 전에 지정된 관리자의 휴대전화로 덮개 제거 등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이를 따라야 하는 의무규정 역시 없다. 28일 폭우의 경우 기상청 예보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비가 제대로 되지 못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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