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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웃기려면?"…챗GPT에 농담시키니, 뜻밖의 '아재개그' 왜

중앙일보

입력

"문어를 웃기려면 몇 번을 간지럽혀야 할까? 10번(ten tickles. '연체동물의 촉수'를 뜻하는 'tentacles'의 비슷한 발음을 활용한 말장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유머 감각이 다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유머 감각이 다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엔젤 진(27)이 무대에서 이 같은 농담을 던지자 싸늘한 관객 반응이 돌아왔다.

의외로 진은 안도했다. 이 '썰렁한' 농담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웃긴 농담 해보라'는 질문에 내놓은 '아재 개그'식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챗GPT의 농담은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농담은 영어권에선 꽤 알려진 난센스 퀴즈다. 따져보면 '10번'이란 답도 어색하다. 문어 다리는 8개이니, 다리가 10개인 오징어로 바꿔야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이미 곳곳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챗GPT의 유머 감각은 다소 떨어지며 독창적이지도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달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연구진이 온라인 논문 아카이브에 공개한 '챗GPT는 재밌지만, 웃기지는 않다!'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챗GPT가 맥락과 상황에 맞는 유머를 구사하는지, 아니면 온라인에서 검색한 농담을 단순 모방하는 것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챗GPT에 "좋은(good) 농담이 있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1008개의 농담이 쏟아졌다. 그러나 답변 가운데 90% 이상이 동일한 25개의 농담을 반복한 수준이었으며 대부분 말장난에 기반해 변형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로이터=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로이터=연합뉴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챗GPT가 가장 흔하게 던진 세 가지 농담을 공개했다. "허수아비는 왜 상을 받았을까? 자기 분야에서 뛰어났기 때문에"('뛰어난'을 뜻하는 'outstanding'을 활용한 말장난). "토마토는 왜 빨갛게 변했을까? 샐러드 드레싱을 봤기 때문에"('소스'를 뜻하는 'dressing'을 활용한 말장난). "수학책은 왜 슬펐을까?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문제'를 뜻하는 'problem'을 활용한 말장난).

아울러 연구진은 챗GPT가 제시한 25개의 농담이 왜 재밌는지도 물어봤다. 그 결과 챗GPT는 대부분 농담이 웃긴 이유를 설명했으나, 억지로 끼워 맞춘 답변도 내놨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챗GPT는 아직 재미있고 독창적인 콘텐트를 의도적으로 만들 순 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간도 즉석에서 새로운 농담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대부분 이전에 듣고 외운 농담을 하지 않나"라면서도 "AI가 학습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며, 일부는 기술보다 철학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코미디 전문가는 WP에 "유머는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말과 터무니없는 말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챗GPT는 간결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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