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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설계 능력만 보면, 엔비디아 제쳤다…AI 반도체 다음 스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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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GPU는 1세대, 이제 2세대 전쟁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00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AMD,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몸값이 함께 뛰고 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AI가 사회 각 분야와 산업에 적용되려면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진정한 AI 시대를 이끌 ‘반도체 스타’는 누가 될까.

산업 곳곳에 생성 AI가 도입되면 AI 반도체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2년 326억 달러(약 42조원)에서 2030년 1179억 달러(약 151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3769억 달러, 약 483조원)의 30% 이상을 AI 반도체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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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엔비디아가 생성 AI 시대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후반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시장이 성숙하면 학습용 AI 반도체 대신 추론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체계가 무너지고 다수의 사용자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GPU가 1세대라면, NPU(신경망처리장치)는 2세대 AI 반도체다. 대량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최적화했다.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에서 쓰이는 단순 연산 작업만 놓고 보면 NPU는 GPU보다 10배, CPU보다 100배 더 효율적이다. 다만 금융,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생산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라서, NPU는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되는 ‘전국구 스타’보단 ‘특화 분야별 AI 스타’를 배출하는 데 적합하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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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설계 능력만 놓고 보면 국내 AI 반도체 업체가 엔비디아보다 낫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할 때 국산 NPU칩을 탑재한 컴퓨터가 더 빨리 답하고, 이미지 분석도 잘 처리한다는 의미다.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데이터센터용 NPU ‘아톰’은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성능 평가 대회(MLPerf)에서 엔비디아의 GPU ‘A2’와 ‘T4’는 물론 퀄컴의 NPU ‘클라우드 AI100’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전력 소비량은 20% 적고 처리 시간은 약 1.4~3.4배 빨랐다. 앞서 2021년 같은 대회에선 퓨리오사AI가, 2022년엔 SK그룹 사피온이 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를 제쳤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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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NPU 기업들은 우선 엔비디아의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처럼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의 하드웨어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로 AI 모델을 개발해야 찰떡궁합 케미로 최고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준 퓨리오사AI 최고기술경영자(CTO)는 “AI 모델과 NPU 사이에서 ‘번역기’ 역할을 해줄 컴파일러 소프트웨어가 현재는 부족하다”며 “이런 소프트웨어 수준이 좋아지면 NPU 수요도 급팽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1년 출시한 금융 특화 NPU ‘아이온’은 이미 미국 월가의 GPU를 대체하고 있다”며 “특화 NPU가 늘고, NPU로 절감하는 비용이 커지면 개발자들도 쿠다를 떠나 새 소프트웨어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점을 살려 AI 반도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한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개발에 나선 것. PIM은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을 없애, 전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는 적다. 삼성전자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한 네이버와 협업 중인데 연내 PIM 시제품 생산이 목표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자체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AI 서버에는 GPU나 NPU가 내놓는 연산 결과를 기록할 메모리 반도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2월 한국 AI 반도체의 3단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NPU→저전력 PIM→극저전력 PIM 순으로 키우자는 것. 윤두희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상용화 초기인 NPU의 성능 검증을 위해, 국내 데이터센터에 NPU를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웅 사피온코리아 HW개발팀장은 “국내 업체들이 엔비디아와 일대일로 붙어 바로 이기긴 쉽지 않으므로 정부가 국산을 믿고 써주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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