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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당첨뒤 분양가 6000만원 더 낼판…청년 울리는 '청년 로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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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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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 사전청약이 본궤도에 오른다. 공공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청약은 착공 전에 예비 입주자를 뽑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서 선보였고, 문재인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도입했다.

6월 사전청약에서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어서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고덕강일지구 3단지 조감도. [사진 SH]

6월 사전청약에서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어서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고덕강일지구 3단지 조감도. [사진 SH]

☞사전청약이란

아파트는 최소한 착공한 이후 입주 예정자를 모집해야 한다. 사전청약은 분양 시기를 착공 전 건축설계안이 나오면 가능하다. 전체 가구수의 대부분을 사전청약한다. 청약 후 남은 물량은 착공 무렵 본청약을 통해 분양한다. 이때 사전청약 당첨자도 계약한다. 분양가·전매제한 등 분양 조건은 본청약 때 확정된다.

주변 시세의 50~60%에 공급

윤 정부는 문 정부의 사전청약을 ‘업그레이드’했다. ‘뉴홈’ 브랜드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2298가구에 이어 이달 1981가구를 내놓았다. 올해 물량을 당초 7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분양 지역도 서울 외곽 수도권 공공택지 위주에서 서울 도심으로 확대한다. 김정아 내외주건 대표는 "민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급락했던 집값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사전청약에 대한 젊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윤 정부 사전청약이 젊어졌기 때문이다. ‘청년 로또’라 할 만하다. 젊은 층을 위해 분양가를 내리고 문턱을 크게 낮췄다. 문 정부와 마찬가지로 땅값과 건축비로 가격을 매기는 분양가상한제를 기본으로 적용하면서 상한선을 뒀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일반형)나 70% 이하(나눔형)다. 나눔형은 상한제 분양가의 80% 이하만 받는 이익공유형이나 토지를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로 공급한다. 나눔형의  인하 효과가 더 커 이달 모집하는 고덕강일 3단지 등의 분양가가 주변 새 아파트의 50~60%로 나타났다.

'뉴홈' 4200가구 사전청약 실시
분양가 낮추고 특별공급 확대
대출규제 없어 자금부담 적어
분양가 상승, 입주 지연 리스크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나눔형은 대부분 젊은 층에 돌아간다. 정부는 주로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비중을 이전 55%에서 84%로 늘렸다. 30대 이하 무주택 1인 가구를 위한 청년 특별공급을 새로 만들고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을 높였다. 일반공급에선 무주택 기간이 짧은 젊은 층이 불리하지만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 등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6300만원 있으면 '3억 로또' 기대

정부는 자금 여유가 없는 젊은 층을 위해 대출 규제도 풀었다. 나눔형 대출 한도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80% 이하로 5억원까지 빌려준다. 일반형의 경우 각각 70% 이하, 4억원이다. 소득으로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출 만기를 40년까지 늘리고 금리도 연 1.9~3%로 낮춰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도 줄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고덕강일 3단지 전용 49㎡의 분양가가 3억1400여만원이어서 20%인 6300만원만 있으면 분양받을 수 있다. 인근 새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이 지난달 6억2000만원까지 거래돼 ‘3억 로또’인 셈이다.

하지만 사전청약은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가 실제로 계약하는 착공 무렵 본청약과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번과 이번에 사전청약하는 6개 단지 중 윤 대통령 임기 내인 2027년 5월까지 본청약을 예정한 곳이 4곳이고, 입주까지 가능한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늦어질 수 있다. 앞서 문 정부에서 지난해 7월까지 사전청약한 물량 중 이달까지 본청약을 예정한 14곳에서 7곳만 본청약을 했다. 올해 본청약 예정 시기가 돌아오는 19곳 가운데 16곳이 본청약 일정을 연기했다. 본청약이 늦어지면 그만큼 입주도 지연된다. 사전청약은 사업 초기에 주택설계안이 나왔을 때 실시되다 보니 이후 주택건설 사업에서 드물지 않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착공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입주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본청약이 늦어지면 분양가가 오르게 된다. 사전청약 분양가는 사전청약 시점의 땅값과 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최종 분양가는 본청약 때 확정된다. 본청약이 늦어질수록 땅값과 건축비가 올라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실제로 성남복정1지구 분양가가 2021년 7월 사전청약 때 3.3㎡당 258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본청약 때 2770만원으로 7% 상승했다. 전용 59㎡가 6억7000만원에서 7억3000만원으로 6000만원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사전청약 분양가가 확정가격이었다. 하남감일 B3, 4단지가 2010년 11월 사전청약하고 8년이 지난 2018년 12월 본청약을 진행했다. 본청약 때 전용 74㎡ 분양가가 4억9000만원으로 사전청약보다 50% 넘게 뛰었지만 사전청약 당첨자 분양가는 8년 전 3억2000만원 그대로였다.

본청약 때 규제가 강화될지 모른다. 전매제한·거주의무 등도 본청약 때 확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택시장 규제가 대폭 풀린 상태여서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본청약 무렵 다시 강화될 수 있다.

토지임대부의 경우 정부가 본청약 전에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현재 미비한 법령으로 사전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현행 법령대로라면 공공에 이자만 받고 되팔아야 해 시세차익을 얻지 못한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시세차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시장에서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H는 서울에서 공급할 사전청약 물량 대부분을 토지임대부로 계획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서울에선 토지임대부가 아니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본청약 시점에 분양가가 많이 오르거나 규제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본청약·입주 지연으로 인한 임대차 문제 등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