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이은 우승, 차원 달라진 K클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5일(현지시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가곡 부문에서 1위에 오른 테너 김성호.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가곡 부문에서 1위에 오른 테너 김성호. [연합뉴스]

한국 음악가들이 국제 경연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대서양을 넘나들며 영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낭보를 띄웠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테너 김성호(33)가 영국 카디프 세인트 데이비드 홀에서 열린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가곡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이어 17일(현지시간) 15세 피아니스트 홍석영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마이어 심포니 센터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주니어 피아노 콩쿠르’ 우승 무대에 우뚝섰다.

김성호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결선에서 회색 전통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결선에는 캐나다·영국·중국·터키·이탈리아 등지의 쟁쟁한 성악가 16명이 진출했다. 한국 가곡 ‘동심초’ 등을 멋지게 소화해낸 김성호는 마침내 경쟁자를 제치고 1위로 호명되자 믿기지 않는 듯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는 BBC로 중계된 수상 소감에서 “결선 5곡 중 4곡은 무대에서 처음 불러보는 곡이라 매일 2~3시간만 자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성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오페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8년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20년부터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 극장의 앙상블 단원으로 노래하고 있다.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는 공영방송 BBC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대회로 바리톤 브린 터펠 등을 배출했다.

17일 ‘반 클라이번 국제 주니어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홍석영(사진 가운데). [연합뉴스]

17일 ‘반 클라이번 국제 주니어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홍석영(사진 가운데). [연합뉴스]

이 대회는 한국 음악가들과도 인연이 깊다. 이번이 한국인의 네 번째 제패다.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부문으로 나뉘어 경연이 진행되는데 1999년 바리톤 노대산, 2015년 베이스 박종민이 가곡 부문에서 우승했다. 2021년에는 바리톤 김기훈이 아리아 부문 1위에 올랐다.

홍석영은 미국·중국·체코 등지의 주니어 음악가 23명이 겨룬 반 클라이번 국제 주니어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당당히 우승과 함께 청중상을 거머쥐었다.

우승 후 콩쿠르 주최 측과 인터뷰에서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할 수 있게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며 “단순한 기억을 넘어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연주자가 목표”라고 소감을 말했다.

반 클라이번 주니어 콩쿠르는 지난해 6월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우승하며 수퍼스타로 떠오른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청소년 부문이다. 13~17세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2015년 시작해 4년마다 열리며 이번이 세 번째 대회다. 한국 청소년 피아니스트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석영은 서울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서 피아니스트 송유진을 사사했고 현재 백혜선에게 배우고 있다. 예원학교를 거쳐 미국 보스턴의 월넛힐 예술고등학교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재학 중이다.

김성호와 홍석영의 잇따른 쾌거로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달 초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바리톤 김태한(23)이 아시아 남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한 후 약 보름 만에 연이어 전해진 우승 소식이기에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백혜선은 “한국 연주자들의 수준이 한 차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특히 “배운 대로 잘하는 정도가 아니고 자신의 목소리를 넣어 창의적 음악을 만들어 내는 어린 한국 피아니스트가 많아졌고,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