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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재섭이 소리내다

'광주 정신' 강조하는 민주당, 티베트 인권엔 왜 눈감나

중앙일보

입력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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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내정 간섭성 발언이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단이 중국 티베트를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현서 디자이너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내정 간섭성 발언이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단이 중국 티베트를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현서 디자이너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2차 쿠데타를 감행한다. 제주도를 포함하여 전국으로 계엄령을 확대하고, 행정권과 사법권, 입법권을 온전히 장악했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신군부에게 광주의 시민들이 분연히 저항했다. 그러나 계엄군은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무참히 진압했다. 그 가운데서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것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발단이다. 그 가운데 5월의 광주는 두 관점으로 새겨졌다. 당시 신군부는 이를 ‘광주 사태’로 정의하면서 광주 시민들을 폭도와 간첩으로 몰고, 시민들의 저항을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묘사했다. 이것이 계엄군을 더 내려보내 ‘폭동’을 진압하고 정국을 완전하게 통제하려던 신군부의 관점이다.

다른 한 편에 민주 투사의 관점이 있다. 무참히 쓰러져간 광주 시민의 아픔을 공유하고, 5월의 광주 정신을 민주주의 정신으로 승화하고자 했던 관점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신군부의 날조와 왜곡에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이후에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추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인 ‘586세대’는 민주 투사의 관점을 이어 대한민국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광주 정신’을 시대정신으로 삼아, 삼엄한 전두환 독재체제 내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그 기여를 인정했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586세대의 정치인들을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치의 주류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여전히 자신을 민주주의 운동권 세력으로서 규정하며, 민주주의 투사로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민주당 대표단이 중국에 다녀왔다. 방중 일정에는 티베트 방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엔 인권 기구는 티베트 민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티베트 고유의 전통문화를 억압받고 있으며 평화 시위는 폭력으로 과잉 진압되고, 티베트인들이 실종되고 구속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도 마찬가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위구르족에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르고 대량학살하고 있으며, 티베트를 억압하고 홍콩에서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등 학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80년 5월의 광주처럼, 지금의 티베트를 바라보는 데에도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제공하는 경비로 티베트관광문화국제박람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행사에 다녀온 것일까? 이번에 방중한 민주당 의원들이 1980년 5월 광주를 보았던 민주 투사의 마음을 가지고 티베트에 다녀온 것이라면, 인권 탄압을 비판할 것이다. 민주당은 광주 정신을 계승한 586세대가 이끄는 정당이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정당이 아닌가. 그러나 이번에 방중한 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방중단 단장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지금 국내에서 (민주당의 중국 방문에 대해) 어떠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번 중국 방문이 중국의 체제 선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오히려 도 의원은 기자를 향해 “부정적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관광문화박람회인데, 여기 온 것에 대해 무슨 안 좋은 여론이 있나. 뉴스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방중단이 티베트 문제를 몰랐다면, 중국에 무지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중국에 간 셈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무례한 내정 간섭 발언으로 논란이 커진 가운데, 무자격자들이 예민한 중국 외교 현장에 갔다는 말이 된다.

이번 방중단은 체제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취급하고 진압하려 했던 신군부의 태도와 뭐가 그리 다른가. 귀국 후에도 방중단은 ‘이용당한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어디 가서 이용당하고 오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진심으로 티베트 탄압을 응원하러 간 것인가. 시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광주로 향했던 그들이, 체제 선전장으로 향한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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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다. 티베트 엑스포에 공식 초청을 받아 다녀온 것이다. 티베트 방문도 주목적이었지만, 그 전에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위해 방문한 것도 맞다. 중국과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 우선시됐던 모임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야당이라도 가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살펴보고 나서, 설득할 수 있는 건 설득하고 들을 수 있는 건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서도 와줘서 한중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고, 직후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까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중관계의 개선을 기대한다고 했다.

티베트 인권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단계에서 제기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인권 이야기는 없는 문화 엑스포에 초청을 받아서 갔다. 박근혜 정부 때도 경상남도 대표단이 중국의 초청으로 티베트를 오가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갔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티베트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이 민감한 사항을 우리 정부가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다녀 온 것이다. 현안도 아닌데 대한민국이 그걸 문제 제기하면서, 중국에서 하는 문화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초청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서 한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