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투입 '짝퉁 거북선'…154만원에 팔렸는데 철거 위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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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이 투입돼 제작된 거북선의 수난이 13년째 계속되고 있다. 시방서와 달리 수입목재로 만들어져 ‘짝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더니, 이젠 철거 위기에 처했다.

19일 경남 거제시 관계자는 “거북선 1호(이하 거북선)의 입찰자가 아직 인도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에 따라 이달 26일까지 이전하지 않으며 철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해당 입찰자는 지난 5월 16일 진행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154만원에 해당 거북선을 낙찰받았다.

계약에 따라 입찰자는 오는 26일까지 거북선을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입찰자는 “인도 시기를 연장해달라”고 시에 통보한 상태다.

낙찰 대금은 모두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억원을 들여 원형 복원했지만 13년만에 폐기 절차를 밟으며 논란이 된 임진란 거북선. 결국 154만원에 낙찰됐지만, 다시 철거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뉴스1

20억원을 들여 원형 복원했지만 13년만에 폐기 절차를 밟으며 논란이 된 임진란 거북선. 결국 154만원에 낙찰됐지만, 다시 철거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뉴스1

시에 따르면 A씨는 거제 일운면 ‘황제의 길’ 인근 사유지에 거북선을 옮겨 교육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입찰자가 자신의 사유지에 해당 거북선을 이전하려고 하는데 그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거북선을 설치하려면 부지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거북선 인도 날짜를 연장할 생각은 없다. 당초 거북선을 매각한 이유도 유지보수 비용에 비해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안전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매각이 무산되면 여름 태풍·재해 시기가 찾아오기 전에 철거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이 거북선을 인계받은 거제시는 그동안 유지 보수를 위해 2015년부터 약 1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이 거북선은 2010년 경남도가 진행한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됐다. 국비와 도비 총 20억원이 투입돼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의 3층 구조로 제작됐다. 거북선 제작에 수입 목재를 섞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른바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거북선과 판옥선 건조를 맡은 한 업체는 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도록 한 시방서와 달리 80% 넘게 수입 목재를 써 약 1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일로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또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해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렸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결국 거제시가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게가 100t이 넘어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7번이나 낙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낙찰가 154만원은 최초 제작비와 비교하면 0.077%에 불과하다. 최초 입찰가와 비교하면 1.4%에 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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