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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17억 투자했는데 날벼락"…태양광 출력차단 소송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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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방문한 전남 영광의 한 태양광 발전소. 영광=나상현 기자

지난달 28일 방문한 전남 영광의 한 태양광 발전소. 영광=나상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과속이 ‘태양광 출력차단’으로 되돌아오면서 관련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업자들은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출력차단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대태협)와 전국태양광발전협회(전태협) 등 태양광 발전사업자 단체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태양광 출력차단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제주 지역 발전사업자 12명은 이미 지난 8일 정부와 한국전력거래소·한국전력공사 등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출력차단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발언에 나선 강산에너지 홍상기 대표는 “정부 말만 믿고 2016년에 17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현재까지 8년째 제주도에 살고 있다. 정부 저탄소 정책에 이바지한다는 일념 하나로 사업을 참여하였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다는 게 저를 두고 하는 말 같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올해 2월부터 30차례 이상의 출력차단 조치로 금전적으로 약 2000만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쪽에선 무분별하게 발전 사업 인허가를 내주고 보조금까지 지원해주면서, 또 한쪽에선 전력이 남아돈다고 아무런 대안 없이 개인 소유재산인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 일방적으로 전력생산을 중단한다”며“다가오는 가을에 몇 번의 출력차단을 당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와 전력 유관기관들의 본인들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실패한 정책을 약자인 발전사업자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 단체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력차단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제공

태양광 발전사업자 단체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력차단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제공

이런 갈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태양광 관련 정책 과속에서 비롯됐다. 당시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제주와 호남 지역 태양광 설비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송배전망 등 전력계통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오늘날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전력 수요가 적은 봄과 가을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을 막기 위한 태양광 출력차단이 불가피해졌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산 속도는 과속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단체들은 ▶사전통지 원칙 준수 ▶출력차단 사유 제시 ▶전력계통 유연화 방안 강구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단체는 현재 출력차단이 이뤄지기 10분 전에야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지가 이뤄지고, 심지어 통지가 사후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차단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 외에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 기간과 범위 등을 통보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원칙 준수 및 사유 제시를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줘야 한다”며 “동시에 전력수급 정책의 총괄자인 정부는 전력계통 안정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현실적으로 정전을 막기 위한 출력차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송배전망을 확대하고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태양광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정부 차원 보상보다는 지역 전력 소비를 심야에서 낮으로 유도하거나,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에너지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자에게 대신 보상하는 등의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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