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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가 전부는 아니다…홍지원, 한국여자오픈도 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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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원. 사진 KLPGA

홍지원. 사진 KLPGA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충북 음성군의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은 선수들에게 악명이 자자한 코스다. ‘무지개언덕’이라는 예쁜 이름과 달리 오르막이 심한 홀이 많아 체력 소모가 크다. 선수와 캐디 모두 라운드 한 번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또, 페어웨이가 좁은데다가 러프가 워낙 길어 티샷 공략이 쉽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2021년부터 한국여자오픈을 치르고 있는 레인보우힐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악명을 떨쳤다. 1라운드에서 2명이 기권을 하더니 2라운드에는 무려 12명이 경기를 포기했다. 사유는 각기 달랐지만, 코스 난이도가 심술을 부린 탓이 컸다. 이중에는 지난해 챔피언 임희정(23)도 있었다. 임희정은 10번 홀(파5)에서 2라운드를 출발해 전반을 모두 소화했다. 그런데 후반 파4 2번 홀을 마치고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임희정의 소속사 관계자는 “최근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경사가 심한 코스를 오르내리다가 통증이 심해져 기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방어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레인보우힐스. 최종라운드가 열린 18일에도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저기서 미스샷이 속출했고, 이 여파로 보기와 더블보기가 잇따랐다. 누가 타수를 적게 잃느냐의 싸움, 최후의 승자는 홍지원(23)이었다. 홍지원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마다솜(24), 김민별(20)과 함께 동타를 이뤘다. 이어 연장 2차전에서 홀로 버디를 잡아 정상을 밟았다. 우승상금은 3억 원. 지난해 8월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맛본 뒤 또 다른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진정한 ‘메이저 퀸’으로 발돋움했다.

홍지원과 마다솜, 김민별이 함께 플레이한 챔피언조의 관전 포인트는 ‘극과 극’ 비거리였다. 마다솜과 김민별은 270~280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린 반면, 홍지원은 250야드 안팎의 비교적 짧은 티샷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내리막 홀에선 차이가 더 심해져 16번 홀(파5)의 경우 마다솜과 김민별은 각각 323야드와 312야드를 때렸지만, 홍지원은 272야드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최종라운드 세컨샷 아너도 대부분 홍지원의 몫이었다.

그러나 골프는 비거리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홍지원은 증명했다. 마다솜과 김민별의 티샷이 이따금 페널티구역으로 빗나갈 때, 흔들림 없는 드라이버샷으로 순위를 지켰다. 전반 2타를 잃었음에도 후반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안정감이 크게 작용했다.

백미는 18번 홀(파4)에서 펼쳐진 2차 연장전이었다. 마다솜은 티샷이 페널티구역으로 빠진 뒤 벌타를 받고 친 3번째 샷마저 그린을 넘기면서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김민별은 티샷은 멀리 쳐놓았지만, 다음 샷이 역시 컵을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반면 홍지원은 왼쪽 러프에서의 147m짜리 세컨샷이 핀 1m 옆으로 붙으면서 홀로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홍지원이 18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음성=고봉준 기자

홍지원이 18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음성=고봉준 기자

홍지원은 “기분이 얼떨떨하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우승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셔널 타이틀을 얻게 돼 영광이다”고 웃었다. 이어 “나는 다른 선수들처럼 장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내겐 정확성이라는 무기가 있다. 컵 옆으로 더 잘 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일본 치바 이스미 골프장에서 끝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선 양지호(34)가 20언더파 272타로 우승상금 2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의 차세대 간판스타 나카지마 게이타(23)를 1타 차이로 꺾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가 공동주관해 양지호에겐 코리안 투어와 JGTO 투어 2년치 시드가 함께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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