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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당한 코피노가 한방 먹인다"...조커 미소 킬러 된 김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등 각자의 목적을 감춘 자들이 나타나 한국을 오가며 펼치는 추격전을 그린다. 사진 NEW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등 각자의 목적을 감춘 자들이 나타나 한국을 오가며 펼치는 추격전을 그린다. 사진 NEW

아무리 높은 곳에서도 거침없이 뛰어내린다. 착지할 땐 ‘터미네이터’처럼 무릎을 90도로 굽힌 만화같은 자세다. 죽음의 공포라곤 전혀 없는 듯 달려들다가도, 비만 오면 젖을 새라 몸 사리는 모습이 마치 햇빛을 싫어하는 ‘뱀파이어’ 같다.
21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2013)의 누아르풍 현실에 ‘마녀’ 1‧2편(2018‧2022)의 만화 같은 액션 쾌감을 접목한 신작이다. 주인공은 조커 같은 미소의 미스테리한 킬러 귀공자(김선호)다. 필리핀 빈민가에서 불법 권투 경기를 뛰는 ‘코피노(Kopino,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 청년 마르코(강태주)는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에 가고, 재벌 2세 한 이사(김강우)의 수하들과 동행하던 그의 앞에 귀공자가 나타난다. 자동차 사고로 얽힌 윤주(고아라)까지, 누구도 믿기 힘든 혼란 속에 마르코는 귀공자와 함께 목숨 건 추격전에 휘말린다.

21일 개봉 액션 영화 '귀공자' #박훈정표 누아르 속 코피노 액션 #김선호 복귀작 "웃는 악인 연기"

'마녀'와 다르다, '신세계' 누아르풍 귀공자 

‘마녀’에서 배우 최우식이 신체 조작으로 살상 무기처럼 키워진 동명의 초능력자를 연기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두 인물이 별개라 설명했지만, 두 영화의 귀공자 모두 능글 맞고 장난기 있는데다 설명이 많지 않은 미스테리한 점이 닮았다. 또 목표물을 사냥할 땐 죄의식 없고 무자비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동작을 펼치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SF 판타지 같은 ‘마녀’ 시리즈의 세계관과 달리 ‘귀공자’는 비교적 현실적인 배경이다.
폭력배가 된 잠입 수사관을 통해 경찰과 범죄 조직을 거울처럼 비춘 ‘신세계’, 남‧북한 고위층의 부패‧위선을 까발린 ‘브이아이피’(2017) 등 장르 영화로 권력의 명과 암을 파고드는 게 박 감독의 장기다. ‘귀공자’에선 제작비 100억원대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코피노’를 액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코피노는 한국인 아버지에게 외면 받는 사례가 많아 한국‧필리핀 양국 간의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필리핀의 코피노를 위한 고아원이 나온다. 마르코는 자신을 한국에 데려온 이들에게 또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8일 언론시사 후 박 감독은 “코피노에 관한 얘기는 예전부터 관심 있었다”면서 “차별 받는 이들이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훈정 "코피노가 한방 먹이는 이야기 하고싶어"

영화 '귀공자'에서 '코피노' 마르코 역은 신예 강태주가 1980대 1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사진 NEW

영화 '귀공자'에서 '코피노' 마르코 역은 신예 강태주가 1980대 1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사진 NEW

마르코 역의 강태주는 198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신예다. 코피노의 외모 특징과 감정 표현을 겸비한 배우로 발탁해 필리핀 억양의 영어 대사 훈련까지 철저히 했단다. 마르코가 또 다른 고향 한국에 배반당하는 아픔을 그려낸다면, 귀공자는 그를 도우려는 선인인지 아니면 광기 어린 살인귀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타락천사처럼 빛과 그림자를 오가며 돈과 권력을 무기 삼은 악인들을 처단한다. 맨몸 난투극부터 권투, 총기 액션, 자동차 추격전 등 두 사람의 활극이 태국 열대우림과 전남 곡성‧장성, 제주도 편백숲 등 다채로운 로케이션에서 펼쳐지며 권선징악의 주제를 전한다.
다만, 원래 ‘슬픈 열대’였던 제목을 ‘귀공자’로 바꾸고 장르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중이 커진 귀공자 캐릭터에 관한 결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차별 받는 코피노가 한 방 먹이는 이야기란 애초의 출발점이 선악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귀공자의 설정으로 인해 다소 흐려지기도 했다.
앞서 영화 ‘완득이’(2011)가 한국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를 둔 소년의 성장기를 일상과 내면 묘사로 공감 가게 다룬 것과 달리, ‘귀공자’는 코피노의 현실을 깊이 있게 그리기보다는 액션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는 인상도 준다. 박 감독은 ‘마녀’처럼 시리즈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2년만의 복귀 김선호 "'시계태엽오렌지' 웃음 참고했죠" 

영화 '귀공자'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사진 NEW

영화 '귀공자'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사진 NEW

이 영화는 주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전 여자친구와의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올라 활동 중단한 후 2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tvN ‘갯마을 차차차’(2021) 등 드라마에서 밝고 해맑은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른 그가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을 했다.
김선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이 제안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범죄 영화 ‘시계태엽오렌지’(1971)의 주인공을 귀공자 연기에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태엽오렌지’ 주인공은 나쁜 짓을 즐기고 잘 웃는다"면서 "기존 영화‧유튜브의 욕설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깔끔한 액션과 함께, 톤을 높인 웃음과 사이코 같은 정적인 웃음 등 웃는 연기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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