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노한 돌부처 오승환… 위기의 삼성 라이온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16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한 오승환. 교체된 뒤 공을 그라운드 밖으로 던지고 글러브를 던지는 등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16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한 오승환. 교체된 뒤 공을 그라운드 밖으로 던지고 글러브를 던지는 등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돌부처' 오승환(41)이 폭발했다. 경기 도중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16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4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정준영에게 번트 안타를 내준 오승환은 박경수를 상대로 중견수 방면 뜬공을 유도했다. 깊숙하지만 잡을 수도 있는 타구. 하지만 중견수 김현준은 타구 방향을 잘못 읽었다. 몸을 돌려 쫓아갔으나 글러브에 스친 공은 땅에 떨어져 1타점 2루타가 됐다.

KT 후속 타자 안치형은 희생번트를 대 1사 3루를 만들었고, 삼성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정현욱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자 오승환은 상기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들고 있던 공을 외야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 오승환의 분노 표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글러브를 내팽개친 데 이어 발길질까지 했다.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됐다.

선수들이 결과가 나쁠 때 배트를 부러뜨리거나 글러브를 던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평소 표정 변화가 없어 '돌부처'라 불리던 오승환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이례적이다. 올 시즌 초반 부진 탓에 선발로도 나서고, 2군행도 수락했던 오승환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도중에 바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했다.

이유야 어쨌든 팀 분위기에는 도움이 될 리 없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다음날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의 모습은 자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감정을)표출한 것에 대해서는 베테랑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 삼성 라이온즈

결국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패했다. 오승환이 내려간 뒤, 3루수 김영웅의 송구 실책이 나와 6-6 동점이 됐다. 9회 말에는 KT 이호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5-6으로 졌다. 3-1로 앞서던 7회 말 다섯 점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쏟아졌다. 오승환 못잖게 삼성 팬들도 들끓고 있다.

삼성 불펜진은 시즌 내내 흔들리고 있다. 6월 들어 1점차 패배만 4번이나 당했다. LG 트윈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도 모두 앞서다가 경기를 내줬다. 지난달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로 김태훈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구원투수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좋은 성적을 냈던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알버트 수아레즈, 외야수 호세 피렐라도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야수진에서도 강민호, 김지찬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주장 오재일과 셋업맨 우규민도 성적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꾸준하게 활약했던 구자욱도 부상으로 이탈한 '총체적 난국'이다.

삼성은 내심 '6월 반격'을 그렸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졌던 김동엽, 김재성, 김현준이 복귀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채흥, 최지광이 합류해서였다. 하지만 성공적인 관중 동원(경기당 1만2800명)과 반비례해 성적은 떨어지고 있다.

삼성은 2011~14년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왕조 시대를 열었다. 2015년에도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2014년 수원 삼성을 시작으로 산하 스포츠팀들의 운영주체를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야구단 역시 2016년부터 제일기획이 운영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삼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1년 3위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시즌에는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삼성과 4위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기준 7게임 차다. 아직까지 가을 야구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흐름을 보면 5강 진입은커녕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은 창단 이후 한 번도 꼴찌를 한 적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