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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중동 해법 찾고 친미 국가들 결속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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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최고 수뇌부가 중동으로 달려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 최고 책임자들이 이달 하순 줄줄이 중동 지역을 방문해 현지 지도자들과 긴박한 현안을 논의한다.

이라크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란 핵 문제가 겉돌고 있는 가운데 21일 레바논에서 기독교계 산업장관이 암살당하면서 상황이 더욱 급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 문제로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으로서는 혼미해진 중동사태에 어떻게든 해법을 제시해야 할 상황이다.

◆ 최대 골치 이라크=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이라크 사태에는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 29~30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와 독대한다. 현재 미국 내에서 적극 논의 중인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 일정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동맹국 영국마저 내년 초에 이라크 남부에서 주력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도 나름대로 철군 일정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요르단까지 날아와 이라크 총리를 독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이란을 주축으로 이라크와 시리아가 긴밀히 협력을 꾀하는 등 역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1일 시리아와 이라크가 24년 만에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같은 날 이란은 시리아.이라크와 3자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적국으로 간주하는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와 뭉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따라서 부시는 알말리키와의 만남에서 미국의 동의나 참여가 없는 이라크.이란.시리아 3자 협력을 강력히 반대할 전망이다.

◆ 악화하는 레바논 사태=25일 체니 부통령의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은 종파.정파 간 갈등으로 내전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레바논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사우디 아라비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암살당한 라피크 알하리리 총리의 아들로 현재 최대 정파를 이끌고 있는 사드 알하리리는 물론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도 사우디 왕족과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

체니 부통령과 압둘라 국왕은 내전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레바논 내 친시리아 시아파 헤즈볼라의 봉쇄 방안을 집중 토의할 전망이다.

◆ 친미 세력권 다지기=라이스 국무장관은 29~30일 요르단의 사해에서 열리는 '중동지역 민주주의와 발전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이 추진해 온 '대중동 민주화 구상'이 큰 진전을 보이지 않자 마련된 국제회의다. 라이스 장관은 중동의 여러 지도자를 만나 민주화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배제한 레바논 내 독립 민주체제 확립이 이번 국제회의의 최대 사안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집트.요르단.걸프국 등 친미 국가에 민주화 개혁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는 이 회의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랍권의 지지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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