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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개월째 ‘경기 둔화’ 진단했지만…“하방 위험 완화” 방점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5개월째 ‘경기가 둔화’ 진단을 이어갔지만, 내수·고용 등에서 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공개했다. 기재부는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그린북에서 처음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이라고 판단한 뒤 5개월 연속 같은 진단을 제시했다.

주된 원인은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5.2% 감소하면서 8개월째 역성장을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수출-수입) 적자는 21억2000만 달러로 줄긴 했지만, 1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졌다. 또한 4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상 광공업·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각각 1.2%, 0.3% 감소했다.

다만 정부는 이전과 비교해 긍정적 평가에 좀 더 힘을 실었다. 5월 그린북에선 물가 상승세 둔화, 완만한 내수 회복 등만 언급했다. 하지만 이달 그린북에선 “물가 상승률 지속 하락, 완만한 내수 회복세”와 함께 “경제 심리 개선, 견조한 고용 증가세 등으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5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5만1000명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실업률은 2.7%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하락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월 전망 같은 심리 지수도 전월 대비 개선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지난달 주택 매매·전세 가격 하락 폭은 4월보다 축소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3.7%에서 5월 3.3%로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추가적인 경기 둔화가 있지 않고, (국내) 경기가 조금씩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한다는 표현을 썼다”면서 “2%대 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도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쌓아간다는 측면에서 지난달과 달리 ‘부진’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향후 대외 여건 등이 개선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된다는 게 주요 기관의 대체적 견해”라고 밝혔다. 수출도 이달 1~10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면서 개선 조짐을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했다.

다만 국내·외 변수가 많아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 나빴다가 하반기 살아나는 흐름)’ 여부는 미지수다. 기재부는 이달 그린북에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글로벌 IT(정보기술) 업황 개선 기대, 통화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하방 위험이 서로 엇갈리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진다고 봤다. 방 차관은 “현재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경제 곳곳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경기 반등, 경제 체질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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