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 수비진 생각도 대화도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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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선수들은 매우 빠르고 수비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생각 없이 경기하는 경우가 많다. 모험적으로 해야 할지,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플레이를 하는 악습이 눈에 띄었다. 또 공격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고 수비수끼리 커뮤니케이션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효율적인 압박이 이뤄지지 않았고,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덴마크의 축구 전문가가 독일월드컵에서 나타난 한국 대표팀의 수비 전술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했다. 유벤투스(이탈리아) 수석코치와 덴마크 대표팀 체력담당 코치를 역임한 옌스 방스보(49.사진)는 23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2006 독일월드컵 한국대표팀 수비전술 분석과 우수 수비수 육성 방안'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이 세미나는 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에서 주관했고, 450여 명의 현역 지도자가 참석했다.

방스보는 독일월드컵 한국 경기 장면을 보여주며 수비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그는 ^비효율적인 압박 ^수비수끼리의 의사소통 부재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점을 들었다.

토고전에서는 미드필드에서 상대 선수를 느슨하게 압박하는 바람에 볼이 살아나가게 했다. 쿠바자에게 실점한 순간에는 수비수 두 명이 역할 분담을 제대로 못해 공격수 한 명을 놓쳤다. 프랑스전에선 수비수는 너무 아래로 처지고 미드필더는 지나치게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공간을 많이 허용했다.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수비수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는 바람에 역습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이 많았다.

방스보는 "우수한 수비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6~7세 때부터 기초 기술을 착실하게 가르치되 16세가 되기 전까지는 공격수.수비수 등으로 포지션을 정하지 말아야 한다. 또 체력 훈련도 볼을 갖고 함으로써 재미와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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