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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수준 볼 '열쇠' 얻었다…'천마' 찍힌 발사체 잔해 인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달 31일 쏘아 올린 발사체의 잔해 일부가 보름 만에 인양됐다. 당시 군은 북한의 발사 1시간 36분 만에 잔해를 발견하고 곧바로 인양에 나섰지만, 다시 가라앉아 그동안 수중에서 인양 작업을 이어왔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오후 8시 50분쯤 서해 어청도 서쪽 200㎞ 바다에서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로켓의 잔해를 인양했다고 16일 밝혔다.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로 옮겨진 이 잔해는 앞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전문기관에서 정밀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인양된 동체는 지름 2.5m에 길이는 12m다. 전체 30m 길이(추정) 3단 로켓인 북한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의 2단부로 보인다. 수심 75m 깊이에 수평으로 눕혀져 있는 상태를 건져 올린 것이다.

표면에는 '천마'라는 글자와 함께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그린 마크가 보였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도 식별되던 빨간 글씨의 ‘점검문 13 (기구조립)’라는 표식이 이번 잔해에서 발견된 만큼 추가 분석으로 화성-15·17 등 북한 ICBM의 기술력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 기술을 우주발사체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발사 당일 군 당국이 발견된 잔해물 사진을 공개하며 인양 작업이 거의 완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잔해물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합참은 지난 5일 서해 상에서 추진체 잔해물 일부로 추정되는 직경 2∼3m '훌라후프 모양' 고리를 추가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천리마 1형에 탑재했다고 주장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와 1ㆍ3단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후 해난구조전대(SSU) 소속 심해잠수사들을 투입하는 동시에 수상구조구난함인 통영함(ATS-31)·광양함(ATS-32)에 이어 잠수함구조함인 청해진함(ASR-21) 등도 동원했다. 가시거리가 50㎝에 불과하고 깊은 수심, 빠른 조류라는 악조건 속에 인양 작전이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인양 작전 해역의 수중 시야가 좋지 않고 수중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 등 제약 사항도 있는 데다 여러 안전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시일이 다소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그간 잠수사들은 지름 2㎝ 굵기의 고장력 밧줄로 동체를 결박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통형 표면이 미끄러워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잔해물이 펄에 박혀있었던 점도 어려움을 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철 철사를 꼬아 만든 와이어 등 인양 장구는 상단부와 하단부 끝, 그리고 상단부와 하단부 접합 부위 등 3군데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특히 인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접합 부위에 틈이 발생해 ‘ㄷ’자 고리를 이곳에 걸칠 수 있었던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잠수사가 75m 수심을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가운데 혈중에 질소가 쌓이지 않게 감압하며 물 위로 올라오는 데만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릴 만큼 힘든 작업을 거듭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북한이 천리마-1형이라고 이름 붙인 이 발사체는  군 당국은 이번에 인양된 잔해를 발사체의 2단체로 보고 있다. 이번에 인양된 발사체엔 ‘천마’라는 한글 표기가 쓰여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 선박이 인근에 출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인양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우리 군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천마'라고 씌여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군 당국이 15일 북한이 지난달 31일 우주발사체로 주장한 로켓의 잔해물을 인양했다. '천마'라고 씌여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앞서 군 당국은 북한 로켓과 미사일의 잔해를 3번 인양한 적 있다. 2012년 12월 군산 서쪽 160㎞ 바다에서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연료통 등을 확보했다. 2016년 2월엔 서해 어청도 서남쪽 광명성호의 페어링ㆍ추진체 등 잔해를 끌어올렸다. 2022년 11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SA-5 지대공 미사일을 울릉도 서북쪽 167㎞ 바닷속 1700m 지점에서 건져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로켓 기술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알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미는 이번 잔해물에 대해 공동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미는 지난 2012년 12월 서해에서 인양한 은하-3호 잔해 조사 때도 공동조사단을 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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