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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년 연속 인신매매 2등급국…미 국무부 "최소 기준 충족 못해"

중앙일보

입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인신매매는 법치를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부패시키며, 폭력을 조장하는 등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친다"며 '2023 인신매매 보고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EPA=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인신매매는 법치를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부패시키며, 폭력을 조장하는 등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친다"며 '2023 인신매매 보고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매해 발간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은 2년 연속으로 2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총 3등급 가운데 중간 등급으로, 한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15일(현지시간) '2023 인신매매 보고서'를 공개한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일부 핵심영역에서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2등급이 유지된 이유를 설명했다.

보고서가 특히 초점을 맞춘 부분은 성매매 강요와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다.
가출 청소년이나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 유흥업소로 보내 성매매를 시키며 착취한 사례, 외국 여성을 대상으로 전문 안마사로 일할 수 있다고 속여 모집한 뒤 여권을 빼앗고 추방 위협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매매 여성을 체포할 때 직접 인신매매로 인한 결과인지 선별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 당국은 일관되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선박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여권 등 신분증 압수를 금지했고, 신체적으로 폭행할 경우 선박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정부기구(NGO)의 우려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확인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 인신매매 보고서'의 1등급 국가와 2등급 국가 명단. 국무부

미국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 인신매매 보고서'의 1등급 국가와 2등급 국가 명단. 국무부

인신매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인신매매를 다른 범죄와 계속 혼동하고 있다"고 했다. 또 "법원은 인신매매로 유죄를 받은 범죄자들에게 1년 미만의 징역, 벌금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약한 처벌이 관련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최근 인신매매 방지법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형법 상으로는 아직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가 수정되지 않는 등, 국제법 기준을 따라가진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직전 보고서 때와 비교할 때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대됐다"라고는 평가했다.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 관련 통계를 수집했고, 인신매매범에 대한 1년 이상 징역형 선고 건수가 늘었으며,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 관련 신고 전화를 설치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국무부는 2001년부터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엔 미국을 포함한 188개국을 대상으로, 2022년 4월부터 올 3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싱가포르·대만·필리핀 등 30곳이 1등급을 받았다.

한국과 같은 2등급에는 일본·스위스·이탈리아·멕시코·방글라데시·뉴질랜드 등이 포함됐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은 3등급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최하위 등급을 매긴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강제노동은 북한에서 이미 확립된 정치적 억압 시스템이자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이라며 정부 관리를 포함한 인신매매범들이 국내외에서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에 대해선 신장 및 티베트 지역에서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강제노동시킨 점, 러시아에 대해선 북한과 공모해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한 점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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