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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과 사진도…정자동 호텔 100억대 투자한 교수들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수사 중인 ‘정자동 H호텔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들이 호텔 소유주 측에 100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교수는 시행사와 성남시 간 협약식에도 참석해 이재명 당시 시장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15년 1월 성남시청에서 열린 '호텔 개발' 상호협력 협약식.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베지츠종합개발 관계자들 및 박모(맨 오른쪽) 교수가 참석했다.

2015년 1월 성남시청에서 열린 '호텔 개발' 상호협력 협약식.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베지츠종합개발 관계자들 및 박모(맨 오른쪽) 교수가 참석했다.

호텔 소유주, 박사학위 받은 모교 교수들에 투자 받아 

H호텔 소유주 황모씨는 2015년 1월 성남시와 호텔 개발에 대한 상호 협약을 체결하며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성남시청에서 열린 협약식엔 이재명 전 시장과 황씨의 부인, 서울 소재 대학교 경영학과 박모 교수 등이 참석했다.

 15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박 교수는 황씨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 황씨가 2013년 12월 기업 혁신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두 사람이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이후 황씨는 이 대학 겸임교수로 채용됐다. 황씨는 성남시에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고 실제 호텔 인허가를 받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박 교수는 같은 학과 동료 교수에게 황씨를 소개했고, 교수들은 호텔 사업에 총 100억여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황씨 소유의 개발시행사 자본금이 14억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다. 황씨가 성남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황씨 회사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은 “자본이 없던 황씨가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PF대출을 구하러 다녔다”면서 “금융사가 최소한의 사업비 증빙을 요구하자, 성남시 인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앞세워 교수들로부터 돈을 조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모 대학교수들의 호텔사업 투자 의혹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혐의 연관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2일과 14일 황씨 자택과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임,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황씨 지도교수 "황씨가 도와달라 요청"

 황씨는 최근 영업을 시작한 H호텔 내 상업시설 일부를 박 교수에 임대해주기도 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딴 법인을 만들어 지난 4월부터 가족 명의로 카페 영업을 시작했다. 해당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조경관리와 전시 대행, 화훼류 도매업 등이 사업상 목적에 포함돼 있다. H호텔은 예식장 및 갤러리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박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황씨가 도와달라고 했고, 동료 교수 몇 사람이 몇 억 단위로 (호텔 사업에) 투자한 것은 맞다”면서 “황씨에게 1억을 빌려준 적이 있지만, 그대로 돌려받았다. 나는 돈이 없어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황씨와 관계에 대해선 “제자니까 자주 보는 사이일 뿐이다. (사업 관련 내용은)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성남시 협약식에 참석한 건 당시 (비공식적으로) 황씨 회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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