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ed ‘매파적 멈춤’…추가 인상에 무게실린 금리 동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세계경제를 흔들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5개월 만에 멈췄다. 하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동결의 전제조건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히려 Fed는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물가 전쟁의 고삐를 더 세게 쥐었다. 다만 시장은 Fed의 공언대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Fed는 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5.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은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FOMC는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목표금리 범위를 유지(기준금리 동결)했다는 결정과 추가 정보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함의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 5.6%로 상향

이날 결정으로 약 15개월간 열 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은 일단 멈췄다. Fed는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6월·7월·9월·11월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불거지자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발표한 결정문에서는 금리 동결을 “이번 회의(at this meeting)”로 한정했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동결한) 위원회 결정은 오직 이번 회의에만 적용된다”면서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특히 Fed는 최종 도달할 목표 기준금리에 대해선 오히려 더 ‘매파적’(긴축 정책 선호)으로 변했다. 이날 발표한 FOMC의 경제전망 요약(SEP)에 따르면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최종 기준금리 중간값은 지난 3월 전망치인 5.1%보다 높은 5.6%로 0.5%포인트 올랐다. 예상대로면 앞으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말 최종 기준금리 예상도 4.3→4.6%, 내후년 말은 3.1→3.4%로 모두 상향했다. 이 때문에 이날 FOMC 결과를 놓고 ‘매파적 멈춤(hawkish skip)’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Fed가 기준금리 인상 목표를 더 높인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서다. 이날 발표한 FOMC의 경제전망 요약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예측치인 0.4%에서 1%로 대폭 상향됐다. 반면에 예상 실업률은 4.5→4.1%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개인소비지출 기준)은 3.3→3.2%로 소폭 하향됐지만, 근원물가(3.6→3.9%)는 오히려 올라갔다. 강한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시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실제 두 번 더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는다. 올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3.84%까지 급등하며 긴축정책 강화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지면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오히려 전 거래일보다 떨어졌다. FOMC의 발표가 일종의 의도적 ‘블러핑(bluffing·물가 단속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허세를 떠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 약화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블러핑’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프랑스 금융사인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은 가능하나 0.5%포인트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파월 의장도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건지 묻는 질문에 “7월 회의와 관련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그때 상황에 맞춰 정책을 정하는 실시간 회의(live meeting)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미 금리차 벌어지면 원화값 하락 압박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날 Fed가 공개한 새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16명이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미 기준금리는 현재보다 0.5%포인트 높은 5.75%가 되고,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는 현재 1.75%포인트에서 연말에는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75%에서 4%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지난해 7월 이후 8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에서 “이사회의 향후 결정은 기준금리가 중기 목표치인 2%로 적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오르게 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을 시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