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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학교에서 안 배운 내용 수능 출제 배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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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교육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로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등 3대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8% 늘어난 26조원을 기록했다.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사상 최고치였던 전년도 기록을 한 해 만에 갈아치웠다.

이 부총리는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는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능에 대한 지시는 원론적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의 말”이라며 “이것이 사교육 대책의 출발점이자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어려운 수능’ 기조가 계속됐다.

특히 과목별로 한두 개씩 출제되는 고난도의 ‘킬러 문항’은 학교 수업만으로 풀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능 수학 과목에서 46개 중 8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이 다소 쉬워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변별력을 결정하는 킬러 문항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과목에서는 인문사회, 경제, 과학기술 서적에서 인용됐던 고난도 문항들이 교과서나 EBS 교재 지문으로 대체될 수 있다. 수학 역시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를 벗어난 신유형의 문제는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수능이 쉬워지면 학생들이 수시모집 최저 등급을 충족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며 실질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쉬운 수능을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평가원이 쉽게 낼 수 없어서 안 낸 게 아니다. 당장 올해 물수능이 될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 말처럼 되려면 수능의 문제풀이 방식, 시험 범위 등 당장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학 개혁 과제로 학과, 전공 간 벽 허물기를 주문했다. 교육부는 지방대들의 벽 허물기 등을 유도하기 위해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 돌봄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유보 통합을 완성하라는 지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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