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삐걱대는 서울지하철 에스컬레이터…10대 중 3대 20년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서울시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시청역 엘리베이터가 점검을 받고 있다. 김민욱 기자

15일 오전 서울시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시청역 엘리베이터가 점검을 받고 있다. 김민욱 기자

서울지하철 에스컬레이터 10대 중 3대가 교체주기 20년 이상 된 낡은 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에스컬레이터에 2014년 의무화한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의 재정난에 당장 안전분야에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27대 중 578대 20년 넘어   

15일 서교공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가동 중인 에스컬레이터는 1827대로 이 중 578대(31.6%)가 설치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교체 대상이다.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 비용은 한 대당 5억~6억원 선이다. 서교공은 올해 관련 예산으로 52억5000만원을 편성한 상태라고 한다. 교체대상 578대 가운데 10대 정도만 공사가 가능한 돈이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는 1998년 ‘장애인 등 편의법’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교체주기를 넘긴 에스컬레이터가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재정난에 예산이 받쳐주질 못하는 상황이다. 서교공은 지난해만 6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8일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13일 오전 철도경찰과 국과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13일 오전 철도경찰과 국과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낡은 에스컬레이터 고장도 잦아 

에스컬레이터가 낡다 보니 고장도 잦아졌다. 서울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고장 민원은 2020년 127건에서 지난해 323건으로 뛰었다.

지난 8일 14명이 다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분당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내부 모터와 감속기를 연결하는 ‘연결구’가 마모돼 끊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연결구 손상에 동력전달이 안 된 상태에서 탑승객 무게를 이기지 못한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밑으로 역주행했다. 연결구가 끊어진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노후화를 의심한다.

수내역 사고 때 역주행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장치는 갑작스러운 역주행을 감지해 에스컬레이터를 멈추는 역할을 한다. 미작동 원인은 조사 중이다. 서울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엔 역주행 방지장치가 상당수 설치돼 있지 않다. 1827대 중 620대(33.9%)가 ‘미설치’로 조사됐다. 역주행 방지장치는 2014년 의무화했다. 2013년 39명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선 야탑역 역주행 사고가 계기다. 서울지하철 역사 내 미설치 이유는 결국 예산문제다.

서교공 관계자는 “재정난이 심각해 노후 엘리베이터 교체나 역주행 방지장치 설치사업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자체 점검·정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