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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마침표 대신 쉼표…‘매파적 멈춤’에 시장은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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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5개월 만에 멈췄다. 하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동결의 전제조건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히려 Fed는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물가 전쟁의 고삐를 더 세게 쥐었다. 다만 시장은 Fed의 공언대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15개월 만 동결…“이번 회의만 적용” 

1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Fed는 14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5.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은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FOMC는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목표 금리 범위를 유지(기준금리 동결)함으로써 추가 정보와 이 정보가 통화 정책에 미치는 함의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결정으로 약 15개월간 10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은 일단 멈췄다. Fed는 높아진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6월·7월·9월·11월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불거지자,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발표한 결정문에서는 금리 동결을 “이번 회의(at this meeting)”로 한정했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동결한) 위원회 결정은 오직 이번 회의에만 적용된다”면서 “거의 모든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올해 2번 더 인상…최종 금리도 올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특히 Fed는 최종 도달할 목표 기준금리에 대해선 오히려 더 ‘매파적(긴축 정책 선호)’으로 변했다. 이날 발표한 FOMC의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최종 기준금리 중간값은 지난 3월 전망치 5.1%에 비해 5.6%로 0.5%포인트 올랐다. 예상대로면 앞으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말 최종 기준금리 예상도 4.3→4.6%, 내후년 말은 3.1→3.4%로 모두 상향했다. 이 때문에 이날 FOMC 결과를 놓고 ‘매파적 멈춤(hawkish skip)’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 목표를 더 높인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서다. 이날 발표한 FOMC의 경제전망요약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예측치인 0.4%에서 1%로 대폭 상향됐다. 반면 예상 실업률은 4.5→4.1%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개인소비지출 기준)은 3.3→3.2%로 소폭 하향됐지만, 근원물가(3.6→3.9%)는 오히려 올라갔다. 강한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도 “물가 상승세를 낮추기 위한 여건들이 갖춰지고 있지만, 실제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달 인상엔 확답 피해…“‘블러핑’ 가능성”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다만 시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실제 두 번 더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는다. 올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10년 미국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3.84%까지 급등하며 긴축 정책 강화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지면서, 10년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전 거래일보다 떨어졌다. FOMC의 발표가 일종의 의도적 ‘블러핑(bluffing·헷갈리게 하기 위해 허세 떠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 약화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프랑스 금융사인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은 가능하나 0.5%포인트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파월 의장도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건지 묻는 말에 “7월 회의 관련해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그때 상황에 맞춰 정책을 정하는 실시간 회의(live meeting)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향후 예상 밖으로 물가 상승세가 높게 나타난다면, 기준금리를 더 크게 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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