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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물러나라" 소화기로 문 두드린 이태원 유가족, 오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용산구청 진입을 시도했다. 구청이 구청장실이 있는 9층 출입을 통제하자 유가족들은 8층에서 9층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에서 6시간 동안 비상문을 두드리며 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오전 8시에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을 벌여 왔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안전 관리 부실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7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업무 복귀 의사를 밝힌 박 구청장은 지난 9일에는 연차 휴가를, 지난 12일에는 병가를 사용해 13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14일 출입이 통제된 서울 용산구청 9층 비상구에서 구청장실 출입을 시도하며 박희영 용산구청장 출근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14일 출입이 통제된 서울 용산구청 9층 비상구에서 구청장실 출입을 시도하며 박희영 용산구청장 출근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용산구 측은 14일부터 구청장실이 있는 9층 출입을 통제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가족·시민단체·유튜버 등에 대해 별다른 출입 통제에 나서지 않았지만 원활한 공무수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출입을 통제했다”며 “청사 내에서 구호를 외치고 문을 부수려 하는 등 소요 사태가 있었고, 유족 분들과 유튜버 등이 뒤섞이며 안전 관리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9층 진입 시도가 가로막히자 유가족들은 8층에서 이어지는 비상계단을 올라 9층 비상문을 두드리며 “박희영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소화기·간이 의자 등으로 비상문과 문고리를 치며 “내 아이 돌려줘”라고 오열하기도 했다. 수 시간 이어진 농성에 유가족이 기력을 잃자 119구급대가 출동해 상태를 살피는 한편, 경찰이 인파를 통제했다. 유가족들은 수 시간 동안 문을 두드리며 “잘못했다고 물러난다고 말하고 분향소 가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구청장은 전날 업무에 복귀하며 용산구를 통해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유가족과는 시기와 방법을 협의하여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을 시켜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지난 1월 20일 구속기소됐다. 다만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가 지난 7일 박 구청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하면서 박 구청장은 석방된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게 됐다. 박 구청장의 2차 공판기일은 26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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