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오염수, IAEA 기준이면 반대 안해"…與가 저격한 文정부 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물에 독극물을 넣는 것”(이재명 대표)이자 “외교적 재앙”(윤호중 의원)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야권이 윤석열 정부를 향한 책임론을 제기하자 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인사의 발언을 소환해 역공을 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것이 바로 괴담”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은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똑같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도 “전 정부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과학에 기초하지 않은 오염수 방류는 찬성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가 하는 것에 무조건 다 좋다고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게 괴담”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이처럼 자신 있게 “전·현 정부의 입장은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①정의용=여권이 대표적으로 꼽는 장면은 문재인 정부 때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분야 핵심 역할을 한 정의용 전 장관의 발언이다. 2021년 4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면 굳이 반대할 것은 없다”고 답했다. 당시 정 장관은 그러면서 세 가지 전제조건도 달았다. ▶일본 정부의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와 정보 공유 ▶한국 정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보장이었다. 한 총리는 지난 12일 대정부질문 때 정 전 장관의 발언을 직접 인용한 뒤 “3가지 조건은 올바른 방향이며 윤석열 정부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1년 4월 1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중앙포토

2021년 4월 1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중앙포토

②강경화=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경화 전 장관의 발언도 여권이 자주 인용하고 있다. 2020년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당시 장관은 “일본 오염수 처리 사안은 일본 정부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냐”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 질의에 “예, 일본의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재차 “일본 정부의 주권적 결정 사안이냐”고 되묻자 강 장관은 “예,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우리 국민의 안전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끊임없이 투명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이날 강 장관은 “국제사회에서는 파트너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의 발언은 과거 윤 대통령도 반격 카드로 쓴 적 있다. 2021년 7월 대선을 준비 중이던 윤 대통령은 오염수 관련 질문에 “과거에는 크게 문제로 삼지 않았다.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귀를 의심했다.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이라고 맹공하자 윤 대통령 측은 “강 전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을 지적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2020년 10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2020년 10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③문재인 정부 보고서=‘오염수 방류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간된 적도 있다. 2020년 10월 15일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에는 ▶‘오염수를 정화하는 일본의 다핵종처리설비(ALPS) 성능에 문제가 없다’ ▶‘국제 기준인 유엔방사능피해조사기구(UNSCEAR)의 방법을 사용해 일본 해안 지역의 방사선 영향 평가를 한 결과 수치가 타당하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해류에 따라 확산·희석돼 국내엔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비공개 상태로 있다가 6개월 후인 2021년 4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외부에 공개하며 실체가 알려졌다. 다만, 당시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해당 보고서는 일부 전문가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국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여권이 민주당에 대한 반격에 나서자 야권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포럼 ‘사의재’는 13일 “문재인 정부와 현 정부는 기본 원칙부터 큰 차이가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임 대표로 있는 ‘사의재’는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사의재 창립기자회견'에서 정세균 전 총리,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사의재 창립기자회견'에서 정세균 전 총리,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재는 2021년 4월 13일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출 계획을 발표한 날 문재인 정부가 낸 입장문을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입장문엔 ▶이번 결정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반대 입장을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전달할 계획 ▶IAEA 등에 일본 측 조치의 객관적 검증 등을 요청할 계획 등 6가지 원칙이 적혀 있다. 사의재는 “문재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야권 주장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에 소극적인 윤석열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에선 “국민의힘도 야당 시절 오염수를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공세도 펴고 있다. 실제 ‘오염수 방류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정부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이를 강하게 질타한 건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었다. 2021년 4월 16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해당 보고서를 낸 경위를 분명히 해명하라”며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