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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한 여자예요…‘갈비뼈 투혼’ 손지인 담금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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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D-101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 판박이’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훈련 전에 몸을 풀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 판박이’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훈련 전에 몸을 풀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진천선수촌에 아시안게임 개막일을 알리는 전광판이 있거든요. 개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니 실감이 나요.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니까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17·세종고2)이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는 9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14일 기준으로 딱 101일 남았다.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체조장에서 손지인을 만났다. 손지인은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29·은퇴)와 판박이였다. 같은 성씨(밀양 손씨)에 출신 학교(세종초·세종고)도 같은 데다 외모까지 쏙 빼닮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디즈니 공주 실사판’이라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연재와 성씨에 출신학교는 물론 외모까지 쏙 빼닮은 손지인. 김현동 기자

손연재와 성씨에 출신학교는 물론 외모까지 쏙 빼닮은 손지인. 김현동 기자

알고 보면 독종이다. 손지인은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2위로 통과했다. 손지인은 “일주일 전부터 통증이 있었지만, 대표선발전이라서 꾹 참았다. 배에 진동이 오지 않게 힘을 꽉 준 뒤 가만히 서 있다가 1분30초 동안 연기를 했다”며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뒤쪽 1번 갈비뼈가 금 간 정도가 아니라 똑 부러진 상태였다. 내 생각에도 독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 올해 4월 다시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1위에 올랐다.

손지인은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다음날 병원에서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 손지인

손지인은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다음날 병원에서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 손지인

더구나 손지인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루에 최대 11시간씩 훈련한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도 다녀왔다. 손지인은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해 모스크바 센터를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원룸에서 아빠가 요리해준 닭다리살 두 조각을 먹으며 지냈다”고 했다. ‘체조 선수들은 이슬이나 풀만 먹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손지인은 “힘을 쓰고 턴을 하려면 고기도 먹어야 한다. 곤봉에 맞아 코피가 난 적도 있다. 리듬체조는 생각보다 과격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체중을 43~44㎏으로 유지해야 해서 저녁은 건너뛴다.

손지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 손지인 인스타그램

손지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 손지인 인스타그램

손지인은 6세 때 발레 학원에 다녔다. 그러던 중 셋째를 임신한 어머니가 딸을 집에서 가까운 리듬체조 학원에 보냈다. 손지인은 “처음에는 가기 싫었다. 그런데 발레는 틀에 맞춰져 있는데, 리듬체조는 4가지 수구를 자유롭게 써서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MBTI(성격유형검사)까 내향적인 INFP인 그는 “왼손잡이인데도 선생님께 말을 못 꺼냈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연습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했다.

손지인이 퐁셰턴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손지인이 퐁셰턴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리듬체조는 과거엔 기술이 좋은 러시아가 최강이었다. 요즘엔 예술성이 뛰어난 불가리아와 이탈리아가 강국으로 떠올랐다. 손지인은 “불가리아에 가서 발레를 배웠다. 동작을 외운 뒤 일주일에 3번씩 혼자 연습한다”고 했다. 리듬체조 강국의 경우 훈련 코치, 작품 코치, 발레 강사, 트레이너 등 4명이 한 선수를 가르친다. 하지만 손지인은 코치 1명에 의존해야 한다.

손지인의 주특기는 발레 팡쉐 동작을 응용한 ‘퐁셰턴’이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연속 회전하는 동작인데, 손지인은 많게는 6~7바퀴를 돈다. 손지인은 “7바퀴를 돌면 가점이 1.7점”이라고 설명했다.

리듬체조 꿈나무 육성을 위해 리프 챌린지컵을 개최한 손연재.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리듬체조 꿈나무 육성을 위해 리프 챌린지컵을 개최한 손연재.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손연재는 힘이 좋은 스타일이었다. 손지인은 기술이 뛰어난 편이다. 앞으로 힘을 기르고 예술성을 키우는 게 과제다. 손지인은 “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한 연재 언니한테 푸에테 턴을 배우고 싶다. 주위에서 닮았다고 하는데, 연재 언니만큼 잘하고 싶고 뛰어 넘고도 싶다”고 했다.  지난 1월 만난 손연재는 “내가 주최한 대회에 (손)지인이가 와서 갈라쇼를 펼쳤다. 아이들이 ‘선생님보다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 판박이’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김현동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 판박이’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김현동 기자

손지인은 2011년 헝가리 그라시아 컵 개인종합 3위에 올랐다. 최근 2년간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6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다쳤던 부위는 수술이 불가해 6개월 가량 뼈가 붙기를 기다려야 했다. 최근 아시아선수권 성적도 좋지 않았다. 러시아 출신 엘레나 코치와 함께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작품 순서와 동선을 촉박하게 고친 여파 때문이다.

손지인은  “코치님과 영어, 러시아 체조용어로 소통하고 있다. 음악은 그대로 두고 점수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상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성적이 안 좋다고 엄청 슬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하니까 재미있다. 작년에 다쳤을 때 부모님이 (운동을 그만둘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는데, 내가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이 강세인데, 손지인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2020년까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손지인은 최근에는 외국곡(Kill Of The Night 등)을 골랐다. 10대 소녀답게 직접 음악을 편집한다. 손지인은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를 좋아한다. 아시안게임 때 가수의 응원을 받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다면 신기할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손지인은...

손연재 뒤를 잇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김현동 기자

손연재 뒤를 잇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 김현동 기자

출생: 2006년생(17세)
체격: 키 1m59㎝, 몸무게 43~44㎏
종목: 리듬체조(6세 때 시작)
학교: 세종초-봉은중-세종고
기록: 국가대표 선발전 1위, 헝가리 그라시아컵 개인종합 3위
주특기: 퐁셰턴
별명: 손연재 판박이, 디즈니 공주 실사판
좋아하는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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