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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피부 선수에 “동남아쿼터”…한국, 인종차별국 불명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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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울산현대 축구단 내에서 올라온 동남아시아인을 비하하는듯한 SNS 글. [사진 SNS]

울산현대 축구단 내에서 올라온 동남아시아인을 비하하는듯한 SNS 글. [사진 SNS]

“사살락 선수는 K리그를 즐겨봐서 더 익숙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놀랍지 않아요. 저도 한국에서 비슷한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거든요.”

13일 만난 재한 태국인 라디꿀 블루앙(41)은 최근 K리그 울산현대 축구단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블루앙은 “한국인에게 뭘 물어보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며 “‘피부색이 이게 뭐냐’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태국인 A씨(33)도 “외국인 직원과 겸상하지 않는 한국인도 겪었다. 이번 사건이 특별히 놀랍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11일 벌어졌다. 울산현대 축구단의 주장단과 팀 매니저가 이명재 선수의 피부가 까무잡잡한 것을 염두에 둔 듯 SNS에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 “사살락 폼 미쳤다” 등의 인종 차별성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됐다.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출신 사살락 하이쁘라콘 선수의 실명을 언급하며 까만 피부를 동남아인에 비유한 것이다. 구단은 다음날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뉴진스 하니가 영화 인어공주 주연배우 할리 베일리와의 사진을 SNS에 올리자 달린 악플들. [사진 SNS]

뉴진스 하니가 영화 인어공주 주연배우 할리 베일리와의 사진을 SNS에 올리자 달린 악플들. [사진 SNS]

최근엔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흑인 주연배우 할리 베일리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CNN 등 외신이 한국과 중국에서의 인어공주 흥행 부진 요인을 인종차별로 분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한국이 인종차별 국가인 건 엄연한 현실” “영화를 보고 안 보고는 인종차별과 무관한 소비자 권리”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할리 베일리를 향해서는 “흑돔공주” “쟤랑 놀면 피부 까매짐” 등의 악플도 달렸다.

지난해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에서 외국인 차별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4%(온라인), 25.3%(오프라인)였다.

일부 외신은 한국ㆍ중국에서 영화 인어공주의 흥행 부진이 인종차별이란 주장을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 CNN 캡처]

일부 외신은 한국ㆍ중국에서 영화 인어공주의 흥행 부진이 인종차별이란 주장을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 CNN 캡처]

국회에서도 최근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알선 제도와 관련,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을 3월 발의했다가 인종차별이란 비난이 일자 공동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이 철회 의사를 밝히며 법안이 자동으로 철회된 일이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37%다. 10년 전보다 80만명이 늘어났지만 인종이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인권학회 이사)는 “실생활에서 외국인과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역지사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미 인권교육온다 활동가는 “교육 현장에서 인권교육 자체가 후순위”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혐오·차별인지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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