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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헬기 못 태운다"…130㎏ 응급환자의 죽음, 칠레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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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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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에서 한 응급환자가 과체중을 이유로 헬기 이송을 받지 못해 결국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칠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칠레 남부 아이센(아이센 델헤네랄 카를로스 이바녜스 델캄포) 주 라스과이테카스 지역 섬마을인 멜린카에서 어부 파비안 냥쿠펠(40)이 식사를 마치고 복통과 함께 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을 일으켰다.

그는 마을 유일 의료기관으로 옮겨졌으나 점점 상황이 심각해졌고, 해당 의료기관은 아이센 주도인 코아이이케의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자치단체와 계약된 사설 의료 헬기를 호출했다.

그러나 구급대원 3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조종사는 130∼140㎏인 냥쿠펠의 몸무게가 헬기 내 들것의 최대 허용 무게(120㎏)를 초과한다는 이유 태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냥쿠펠의 가족들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가 ‘안타깝게도 벨트로 환자를 들 것에 고정할 수 없는 상태인데, 도중에 난기류를 만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송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던 사이 냥쿠펠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사망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주말 전후에서야 현지 언론들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고, 조종사 등의 과실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했다.

마르코스 실바 라스과이테카스 시장은 “군 지원 요청 등 대안이 있었을 텐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환자를 그냥 버려둔 것”이라며 “당장 최근에도 같은 마을에서 뇌졸중 환자를 군의 도움을 받아 이송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 헬기를 운영하는 사설업체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당일 기상 조건이 매우 나빴지만,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우리 회사 방침이기 때문에 멜린카까지 갔다”며 “해당 환자의 경우 도저히 이송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며 유족에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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