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안돼" 尹정부 막아선 홍준표, 총선 앞 사이다 본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준표 대구시장이 4월19일 오후 금호강 동촌유원지를 찾아 금호강르네상스사업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구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4월19일 오후 금호강 동촌유원지를 찾아 금호강르네상스사업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구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찬성하지도 않을 것이고, 찬성해서도 안 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의 일부다. 이같은 단순 명료한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은 여권의 기류와는 결이 다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며 주로 ‘과학적 접근’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건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과는 별개인 세계인의 건강권 문제”라며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경우 어느 나라도 일본의 해산물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닷가를 끼고 있어 일본 오염수 방류에 더욱 민감할 수 있는 경상남도를 이끄는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지사가 12일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면서도 “유언비어와 괴담이 유포돼 수산업계와 상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홍 시장의 발언 강도는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홍 시장이 일본 관련 이슈에 무조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건 아니다. 홍 시장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외교 행보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 3월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방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자 홍 시장은 “우리 아버지도 징용공이었다”며 “북핵과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고육지계(苦肉之計)”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정공법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홍 시장이 후쿠시마 문제에 독자적 목소리를 내자 여권 내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인사들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홍 시장이 일본 문제의 여론 민감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죽창가를 불러대던 문재인 정부 시절의 ‘반일 프레임’을 싫어한다고 해서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원전 오염수 문제에 국민 여론이 너그러울 리가 없다는 걸 정치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은 수차례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노력을 보이지 않자 정곡을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고 난 뒤 국민 여론이 안 좋아지고 반일 감정이 자극되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그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017년 12월 14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2017년 12월 14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를 대신해 홍 시장이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여권 내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홍 시장은 12일 자신이 만든 청년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지지자가 “당이나 정부에서 홍 시장에게 해코지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하자 “다양한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권의 중량급 정치인으로서 외교 분야에 지속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란 시선도 있다.

지난달 2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독도를 방문해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을 때도 홍 시장은 “우리나라 의원이 우리나라 땅에 가는데 왜 간섭이냐, 참 우스운 일”이라고 일갈해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여권과 달리 명쾌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을 향해서도 연일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지난 8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에 대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꼭 하는 짓이 문재인 정권 때 한국 정부 대하듯이 한다”며 “대국 근성만으로 나라를 끌고 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는데, 참 어이없는 중국 대사의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중국이든 일본이든 누구에게든 당당하길 원한다”며 “홍 시장 입장에선 그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이다 발언을 지속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2021년 11월 5일 제20대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제2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당시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1월 5일 제20대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제2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당시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