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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뚫리면 안 된다"...'방탄' 민주당, 돈봉투 체포안도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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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윤 의원이 신상발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윤 의원이 신상발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무기명 전자투표로 이뤄진 표결에서 167석 민주당 의원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윤 의원에 대한 체포안 표결은 총 293표 중 찬성 139(47.4%), 반대 145, 기권 9로, 이 의원 체포안은 찬성 132(45.1%), 반대 155, 기권 6으로 각각 부결됐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표 사례를 포함해 21대 국회 들어 총 4번째로 민주당은 이날도 ‘방탄 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총 600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이 의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게 1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의원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지난달 3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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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에서 국민의힘(113석)은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의당(6석)도 “당론에 따라 전부 가결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들이 당론대로 찬성투표를 했다고 가정하면, 탈당파 무소속을 포함해 총 175명에 달하는 범(汎)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방탄 강화’에 동의한 것으로 계산된다.

특히 이 같은 반대표는 지난 2월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나온 반대표 숫자보다 늘어난 것이다. 당시엔 총 297명 가운데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로 부결됐다. 이때 기권·무효까지 합쳐 범야권에서 37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석 달 사이 민주당 ‘방탄 대오’가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표결에 앞선 신상 발언을 통해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윤 의원은 “검찰이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원들 이름을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며 “부실하고 부당한 영장청구”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검찰이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진술하면 괜찮고 방어권을 행사하면 구속되어야 하나”라고 맞섰다.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최근 검찰이 지극히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선 “자중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표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선 가결을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더 뚫리면 안 된다”…민주당, 표결 전 의총서 검찰 성토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파문까지 삼중고에 처한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뒤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게 위기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 밖 결과에 일부 민주당 당직자·보좌관 사이에선 “체포안이 모두 부결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부결을 선택한 데엔 “검찰에 더는 뚫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5일 검찰이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 29명의 출입기록 확보를 위해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한 뒤로 당내에선 “검찰이 민주당 전체를 겨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체포동의안

체포동의안

이 같은 기류는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의총)에서 고스란히 노출됐다. “민주당엔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이 아닌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만 있다”(초선 의원) 등 검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두 사람은 도주 우려도 없다”며 “과도한 검찰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친명 강경파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논란이 일던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직을 포기한 것도 지도부에 대한 비명계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총 직전 윤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서던 민주당 의원을 향해 일일이 허리를 숙였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분간에 걸쳐 체포동의 요청에 대한 설명을 했다. 발언 말미에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게 된다”며 “‘돈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에선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직후 “한 장관의 계산된 정치적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리 당을 범죄집단처럼 매도해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체포동의안

다만 “체포동의안 4연속 부결로 인해 방탄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다”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4번의 부결에 대해) 사실 부담이 있다”면서도 “부담이 좀 되더라도 검찰의 무차별적 수사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서 마음속으로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도덕 상실증이 구제 불능 수준”이라고 맹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던 것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정순신 방지법’ 교육위 통과=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가해 학생과 분리하도록 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학교폭력의 정의에 사이버폭력을 포함하고, 국가 차원의 피해 학생 보호시설 운영과 교육감의 통합지원 전문기관 설치·운영을 가능하도록 했다. 교육위 계류 36건의 관련 법안을 심사해 하나의 대안으로 묶은 것으로, 이른바 ‘정순신 방지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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