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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20명" 콕 찍은 한동훈…그들이 체포안 부결 주도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두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려던 검찰의 시도가 무산됐다. 그러나 검찰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전당대회 경선캠프의 ‘컨설팅비 대납’ 의혹을 포착하고 한 컨설팅 업체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돈 봉투 수수 의심되는 20명이 부결 주도했나…한동훈 “불공정”

이날 오후 2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은 진술들만 있는 사건이 아니다. 범죄 생중계 같은 녹음 파일들이 있다”라며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2021년) 4월27일 강래구씨가 이정근씨에게 송영길의 보좌관 박모씨로부터 받아 놓은 돈을 윤 의원에게 전달하라면서 ‘저녁 먹을 때쯤 전화 오면 10개 주세요’라고 하고, 이씨가 ‘윤(관석)한테?’라고 하자 ‘예’라고 대답하는 통화녹음 파일이 있다”고 하는 등 대표적인 통화녹음 파일 증거 7개의 내용을 공개했다.

한 장관은 “이 사건에서 오고 간 금품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구속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이 사건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 조합장 선거에서 30만원과 교통편의를 제공한 국민이 구속된 사례 등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또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건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게다가 자기들 돈을 나눠준 게 아니라 업자에게서 받은 불법정치자금을 나눠준 것이란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실무자 역할을 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이미 구속돼 있는 상황과 관련해 “형평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며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특히 “범죄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논리 필연적으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지만, 한 장관은 “최근 체포동의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20여명의 표가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2023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관석 의원의 신상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1

2023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관석 의원의 신상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1

이후 재적 의원 293명 가운데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39명 찬성, 145명 반대, 9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이 의원도 132명 찬성, 155명 반대, 6명 기권으로 나란히 부결됐다.

검찰은 부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부결에 따라 법원의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결과 관계없이 관련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하여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부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대해 국민들이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며 "이러라고 불체포특권이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증거가 부족하다'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뭐가 더 필요한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증거는 이례적으로 많다"고 했다.

표결 직전 검찰, 宋캠프 컨설팅비 대납 의혹 업체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날 오전 9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선 컨설팅 업체 사무실과 관련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이하 먹사연)’의 자금이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경선 컨설팅업체인 ‘얌전한 고양이’ 쪽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캠프에서 지급할 컨설팅 비용을 먹사연이 대납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사건에 밝은 한 법조인은 “돈 봉투로 살포된 것으로 파악된 9400만원 외에 추가적인 자금 흐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관석(왼쪽)·이성만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연합뉴스

2023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관석(왼쪽)·이성만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연합뉴스

애초 9400만원가량의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컨설팅비 대납 의혹으로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이제 전혀 다른 국면에 돌입한 것”이라며 “경선 캠프가 내야 할 돈을 먹사연이 내주고, 실질적으로 먹사연 자금이 경선캠프에 유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경선 컨설팅 업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2·2017년 대선 후보 출마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017년 경기도지사 출마, 2022년 대통령 선거 등에 참여한 업체다. 2017년 대선 당시 정책쇼핑몰 ‘문재인 1번가’, 2022년 대선 표어 ‘나를 위해, 이재명’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찰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만큼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모씨 ▶금품수수 민주당 의원 10여명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컨설팅비 대납 의혹이 수사대상에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에 검찰은 소환조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설혹 윤·이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돈봉투 살포과정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과거 판례 등에 비춰 기소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소환 순서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소환 전에 아직 수사를 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이 사실상 별건 수사를 벌이고, 한 장관도 일부러 표결 직전에 부결을 유도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송 전 대표 측 인사는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 20명’ 발언은 일부러 의원들을 자극해 부결을 노린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패착을 노린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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